노트북, 태블릿 등 정보기술(IT) 기기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다. 애플이 2024년부터 태블릿 아이패드와 노트북 맥북 등에 OLED를 적용하기로 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애플 공급망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OLED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 기업을 빠르게 추격 중인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와의 격차도 더욱 벌리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25일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IT기기용 OLED 출하량은 올해 950만대에서 연평균 39%씩 성장해 오는 2027년이면 4880만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노트북 출하량이 2억대 전후인 것을 고려하면 5년 뒤엔 4분의 1이 OLED 패널을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IT기기에 OLED를 적용 중이다. 사진은 갤럭시 북 프로 360. /삼성전자 제공

IT기기용 OLED 시장은 당분간 노트북이 주도하고, 태블릿용 OLED의 양산 체제가 구축되는 2025년 이후로는 태블릿과 노트북이 시장을 이끌 전망이다.

높은 시장 성장세에 불을 당긴 건 애플이다. 2024년부터 차례로 맥북과 아이패드에 OLED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특히 노트북 시장이 침체되는 상황에서도 홀로 존재감을 나타낸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 세계 데스크톱과 노트북 시장에서 1위 레노버와 2위 HP는 모두 전년 대비 판매량이 각각 16.3%, 27.8% 감소했지만, 애플만 출하량이 1.7% 늘었다.

따라서 업계는 애플이 맥북에 OLED를 채용하면 현재 OLED 노트북 시장에서 점유율 55%(DSCC집계·1분기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에이수스를 금세 따라잡을 것으로 본다. 점유율 11%인 삼성전자도 OLED 노트북을 늘려가려고 한다. OLED 디스플레이를 제조하는 업체에는 그만큼 시장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태블릿 역시 애플이 강자다. 지난해 전 세계 태블릿 출하량 1억5829만대의 38.6%를 애플이 차지했다. 삼성전자 역시 점유율 19%로 2위에 올라와 있는데, 두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즉 이 시장 역시 OLED 영향력이 해가 지날수록 높아진다는 얘기다.

LCD를 생산하던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애플 IT용 디스플레이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의 OLED를 상당수 납품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새 시장 개화에 맞춰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두 회사는 8.7세대 크기(2290×2620㎜) 유리원판을 개발한다. 디스플레이는 큰 유리원판에 만들어 제품 크기에 맞게 자르는 과정을 거치는데, 현재 이들이 IT기기용 OLED에 사용 중인 유리원판은 6세대(1500×1850㎜) 크기다. 유리원판의 크기가 커지면 나올 수 있는 생산효율도 높아지는데, 반도체가 웨이퍼(반도체 원판) 크기를 키워가며 생산효율을 높인 것과 같다.

업계는 삼성과 LG가 애초 8.5세대(2200×2500㎜) 라인을 구축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두 회사는 8.5세대보다 생산효율이 9% 높은 것으로 알려진 8.7세대를 선택했다. 애플 아이패드와 맥북 등의 시장 선점을 위한 것으로 업계는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이르면 연내 8.7세대 IT OLED 생산라인 투자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장비 발주도 곧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사업을 정리한 LCD 라인에 새 생산설비를 갖추게 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선제적인 투자는 중국 BOE를 따돌리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BOE는 최근 아이폰14 공급망에 들어가면서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데, 최근 인수한 중국 디스플레이 회사가 8.7세대 생산라인을 갖고 있다. 이 생산라인에서는 LCD가 생산되지만, OLED 전환은 어렵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또 BOE는 청두에 8.7세대 생산라인을 증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전경.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도 조만간 투자 계획을 확정한다. 수익성이 악화되는 LCD 패널 사업을 접고 OLED 전환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성장 잠재력이 큰 중소형 OLED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류다. 대형 OLED의 경우 이미 시장의 90% 이상을 가지고 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TV용 LCD 전환과 관련해) 대형 OLED 또는 IT용 패널 모두 호환이 가능하다"라며 IT기기용 OLED 투자를 시사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IT기기용 OLED에 투자하는 것은 투자 대비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대형 OLED의 대안이자, 수익성 확보의 창구를 활용하기 위해서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