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친근한 카카오 이미지를 앞세워 플랫폼에 가입하게 하고 수수료를 무기로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그러다가 경쟁사의 추격이 시작되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독점을 강화한다."

가입자 3100만명을 확보한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 '카카오T 블루' 택시 기사인 전모(53)씨는 이렇게 말했다. 전씨는 "수익을 늘리기 위해 블루 기사로 일하고 있지만, 손님을 태울수록 카카오 배만 불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지난 15일 카카오 먹통 사태로 플랫폼 독점의 문제가 드러났다. 하지만 플랫폼의 문제를 넘어 경쟁사의 추격을 허락하지 않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점적 사업 방식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22일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처음으로 매출 7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3581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매출(4425억원)의 80%를 달성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업이익 흑자 달성이 유력하다. 대부분의 모빌리티 업체가 적자를 기록 중인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41억원이다.

그래픽=손민균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4월 거리두기 해제 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동 수요의 최대 수혜자다.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요 매출인 택시, 대리 매출이 견고하게 성장했다"라며 "신규 매출인 주차도 분기 최고 매출을 기록하면서 택시, 대리에 이은 주요 사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라고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5000만명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에서 벗어나 '제2의 카톡'으로 만들겠다는 전략 아래 지난 2017년 설립됐다. 택시와 대리운전, 내비게이션에 이어 기업용 택시, 주차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여기에 카카오페이와 연계한 자동 결제 시스템을 접목하면서 연결성도 강화했다. 모빌리티 관련 모든 서비스를 카카오T 앱에서 원스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카카오택시를 부를 때 자동 결제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카카오페이로 결제된다.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주고받을 필요가 없다. 자동 결제 시스템은 카카오T 모든 서비스에서 이용할 수 있다.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카카오T 주차장 무인정산기에서 시민들이 사전 정산을 하는 모습. /뉴스1

카카오모빌리티는 친근한 카카오 이미지와 애플리케이션(앱) 확장성을 무기로 사업자들을 카카오T 앱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동시에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수수료 경쟁을 펼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상대적으로 열세인 주차 사업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카카오T 주차 독점 노출 사업자에게 반값 수수료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우대 수수료와 시장지배적 지위를 통해 경쟁 업체를 배제하고 나선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시장에서도 비슷한 모습으로 성장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유료서비스 비가맹 택시에도 카카오T 콜을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점유율을 높였다. 그런데 경쟁 업체가 기사 유치에 나서자 경쟁 업체에 가입하는 택시는 카카오T 콜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카카오T 콜을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을 이용해 사실상 경쟁 업체가 성장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이다.

카카오의 독과점 문제를 해결할 맞춤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는 대형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 중이다. 동시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 택시에 대한 콜 몰아주기와 비가맹 택시에 대한 콜 차단을 조사, 제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중·소상공인 영역에서는 여론 반발로 멈췄지만, 모빌리티에서는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라며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카카오의 불공정 행위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