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지난해 11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미디어 오픈 토크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카카오 먹통 사태'에 관심이 쏠리면서, '망 사용료 의무부과' 법안이 찬반 신세로 전락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망 사용료 관련 의견을 좁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카카오 이슈에 묻혀버린 것이다. 지난 18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소 국감에서도 피감 기관보다 카카오 관련 질의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국회 안팎에서 논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망 사용료 이슈가 제대로 논의될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망 사용료法, 野 의원 일부 반대 의견

21일 기준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 등을 포함한 제작사들에 망 이용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모두 7개가 발의된 상태다. 처음에는 여야 막론하고 법안 통과에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법안 통과와 관련해 이견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달 초 자신의 트위터에 "망 사용료 법에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라고 쓰자 국회 과방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소수의 국내 인터넷 서비스공급자(ISP)를 보호하려 편협하고 왜곡된 애국 마케팅을 하다가 국내 CP의 폭망을 불러올 위험천만한 일이다"라고 했다. 법안 통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정 의원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이다. 지난 12일에는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주최로 망 사용료 논란 관련 비공개회의가 진행됐다. CP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국내 콘텐츠 제작자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추가적인 실태 조사는 물론 글로벌 기준 등을 고려해 입법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갑자기 망 사용료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오는 것에 대해 청년층 표심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은 자사 플랫폼인 유튜브를 통해 '망 사용료 법안 반대 청원'을 독려하는 배너를 게재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주요 사용자층인 청년층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망 사용료법과 관련해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이 카카오 먹통 사태에 묻히고 있는 것이다. 해당 법안은 전반기 국회에서는 어느 정도 논의가 됐으나 후반기에 상임위 교체가 되면서 의원들이 새로 부임해 더는 이야기가 안 나오는 측면도 있다. 이 때문에 방통위 종합국감에서 얼마나 논의가 이뤄지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애초 국회는 외국인 임원들에 대한 출석을 요청했지만 해외 거주 등을 이유로 출석이 불발됐고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 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 정교화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전무 등이 나오기로 했다. 한국인 임원들이 의원들의 질의에 얼마나 책임 있는 대답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망 사용료 법안 반대 서명을 받고 있는 오픈넷 홈페이지. /홈페이지 캡처

◇ 국회 밖에서도 논쟁 치열

국회 밖에서도 망 사용료법과 관련해 논쟁이 치열하다. 망 사용료법 반대 서명 운동을 주도하는 사단법인 오픈넷 홈페이지에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25만9665명이 서명했다. 구글이 유튜브를 통해 서명운동을 독려하는 가운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도 법안 반대 청원을 알리는 게시글을 올렸다. 인스타그램에는 법안이 유튜브 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광고글을 올렸다. 이 게시글에는 "한국 인터넷, 크리에이터 생태계와 유튜브 운영에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전날 한국방송학회 세미나에는 구글 등 빅테크가 이들에 대한 규제를 무력화하려는 수단으로 여론전을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 포브스지 시니어 칼럼니스트이자 인터넷 규제 연구분야 권위자인 로슬린 레이튼 덴마크 올보르대 교수는 "구글이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줄 금액을 줄이겠다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구글이 전쟁하는 방법이다"라며 "그동안 미국 테크 기업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최종 소비자들에게 해를 입혀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구글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한국 시장에서 많은 돈을 벌어왔고 충분한 지불능력이 있다"며 "한국의 인터넷 생태계가 발전하려면 구글이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망 이용대가를 내게 돼서 구글의 비용이 증가하면 구글에 광고하는 대기업들의 광고비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라며 "유튜버들에 대한 지원금이 줄어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