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이탈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넷플릭스가 구독자 간 계정 공유 단속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시각) 넷플릭스는 올해 3분기 구독자 수가 2분기 대비 241만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두 배 뛰어넘은 수치로 3분기 기준 전체 구독자 수는 2억2309만명에 달했다. 이날 넷플릭스는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79억달러(약 1조2812억원)라고 밝혔다.
앞서 넷플릭스는 올 1분기와 2분기 구독자 수가 전년 대비 각각 20만명, 97만명 급감했다. 서비스 시작 후 11년 만에 감소세를 보인 것은 물론 처음으로 디즈니플러스에 세계 OTT 1위 자리도 빼앗긴 것이다. 매출 성장이 둔화하자 넷플릭스는 전체 직원의 4% 수준인 450명을 해고하고, 영상 중간에 광고를 삽입한 저가 요금제를 도입했다.
회사는 이날 실적보고서를 통해 올해 3분기 콘텐츠 라인업 강화가 실적 상승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기묘한 이야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오리지널 콘텐츠가 흥행하면서 신규 구독자가 유입된 덕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비영어권 콘텐츠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4억 시간 시청을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3분기 신규 구독자가 북미에선 10만명에 그쳤으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143만명에 달한 배경이기도 하다.
콘텐츠 흥행으로 실적이 반등한 넷플릭스는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그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계의 발목을 잡았던 구독자 간 계정 공유 현상 해결까지 나섰다. 가족 외 구독자 간 계정 공유는 그간 OTT업계 유료 구독자 수 증가를 가로막는 고질적인 문제였다. 넷플릭스는 1만7000원인 프리미엄 요금제 기준 최대 4명의 동시접속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가구 구성원(동거인)을 위한 것이고 그 외 타인에게 계정 공유는 안 된다고 약관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상당수 구독자는 동시접속 불가능한 9500원의 기본 요금제를 사용하는 대신 프리미엄 계정을 공유해 구독료를 아끼고 있다. 계정 공유자의 동거 여부를 기업이 일일이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N분의 1 가성비 편법'이 유행하면서 OTT 업계는 수익성이 계속 떨어져 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전체 OTT 이용자 중 86%가 계정 공유 요금제를 사용하며, 가족이 아닌 타인과 공유하는 비율은 52%에 달했다. 실제 넷플릭스는 지난해 전체 사용자의 33%가 다른 사람과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를 막기 위한 첫걸음으로 '계정 이전' 기능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3분기 실적발표 관련 주주 서한에서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수익화를 위해 (구독자를) 배려하는 접근 방법을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계정 이전은 계정을 함께 사용하는 사람이 새로 구독을 시작할 때 이전 프로필을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다른 이와 공유하던 계정에 남아있던 시청 기록 등 정보를 새로운 멤버십 계정에서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 3월 칠레, 코스타리카, 페루 등 일부 중남미 국가에서 제공했던 기능이다.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를 막기 위해 해당 지역에서 공유 계정 이용자에게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요금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했다. 이때 계정 공유 이용자의 새 멤버십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프로필 이전 기능을 제공한 바 있다. 이에 외신은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중단을 유도하고 이를 직접 단속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OTT 업계 관계자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겨우 다시 실적 반등을 시작한 넷플릭스가 이를 유지하기 위해 그간 회사 발목을 잡았던 계정 공유 문제까지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시작했다"라며 "계정 공유를 통한 값싼 구독료에 익숙했던 이용자 반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나 회사 입장에선 수익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