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출범 초기부터 연이어 대형 악재를 만났다. 지난 주말 카카오톡이 장애 대란을 겪으면서 보험 서비스 역시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된 데다, 대형 IT 기업들의 보험업 진출에 대한 기존 업계의 반발로 적극적인 영업도 당분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판교캠퍼스에서 불이나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이날 오후 카카오 등 데이터 관리 시설이 입주해있는 이 건물 지하에서 불이나면서 카카오 서비스에 장애가 빚어지고 있다. 한 휴대폰에 다음 홈페이지 오류 안내가 뜨고 있다./뉴스1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손보는 지난 4월 금융당국에서 보험업 인가를 받은 지 6개월 만인 지난 11일 공식 출범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카카오가 지분 40%, 카카오페이가 60%를 갖고 있다.

현재 카카오그룹의 국내외 계열사는 194개로 같은 기간 삼성그룹의 국내 계열사(58개)보다 3배 가까이 많다. 카카오페이손보는 문어발식 확장과 골목상권 비판을 받으면서도 우여곡절 끝에 소비자 편익 증대란 명분으로 보험업까지 진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그룹의 중추 역할을 하는 국민 메신저 앱 카카오톡이 지난 16일 데이터센터 화재로 서비스 장애 대란을 겪었다. 대부분의 카카오 관련 서비스가 이틀간 중단되면서 카카오의 리스크 대응과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보험업 특성상 안정적인 이미지를 통한 고객 신뢰도가 절대적인데, 카카오페이손보는 시작부터 스텝이 꼬인 셈이다. 카카오페이 앱을 사용하는 일부 사용자들은 다른 대안 서비스를 찾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등 시장을 먼저 선점한 다른 서비스들과 달리 업계에서 후발 주자에 속한다. 앱을 통한 보험 가입과 디지털 미니보험 등은 이미 다른 업체들이 선보여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캐롯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등 디지털 손보사도 있는데 카카오페이손보가 보험업계의 메기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7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 카카오를 둘러싼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사건까지 발생했다”며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연구원은 구체적으로 ▲카카오톡 유저 이탈 가능성 ▲카카오택시, 대리운전, 선물하기, 광고 등 서비스 중단에 따른 매출 감소 ▲카카오 기반 게임과 서비스의 매출 감소 ▲카카오 브랜드 이미지 하락 등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보험진출 저지와 보험영업인 생존권 사수를 위한 2차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보험대리점협회 제공

카카오페이손보는 보험업계의 견제와 반발도 해결해야 하는 처지다. 보험대리점 업계와 보험설계사들이 지난 5일 5000여명 규모로 서울 광화문에서 ‘온라인 플랫폼 보험 진출 저지 및 보험영업인 생존권 사수를 위한 집회를 개최했다.

최근 금융 당국이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사들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허용하자 설계사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플랫폼이 보험에 진출하면 영세 설계사의 생계 활동이 위태로워질 것”이라며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우리 45만 보험영업인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손보사를 직접 설립한 카카오에 대해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오상훈 보험영업인노동조합연대 의장은 “카카오택시가 생기고 나서 택시 기사들이나 고객들이나 좋아진 게 있느냐”면서 “택시 기사들이 하루에 15시간이나 일하면서 카카오에 수수료로 다 빼앗기고 최저임금밖에 못 가져가니 다들 그만두고 택시 잡기도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오 의장은 이어 “단순히 편리함이란 것은 마약과도 같고 카카오가 보험업에 진출하는 것은 국민에게 마약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연구원도 지난 16일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의 보험업 진출이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후생을 높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후생이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정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플랫폼을 통한 네트워크 효과와 레버리지 문제 보고서’에서 “빅테크가 자신들의 보험상품을 플랫폼에서 검색되게 하는 경우나 플랫폼에 끼워팔기를 하는 경우, 다른 서비스도 함께 설치되도록 하는 경우 등이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빅테크 기업들의 불공정 거래행위가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춘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 첫 보험상품으로 B2C(소비자간거래)가 아닌 B2B(기업간거래) 상품인 금융안심보험을 내놨다. 이 상품은 온라인 직거래 사기 피해 등을 보장하는 기업용 단체보험이다.

당초 보험업계에선 카카오의 인지도와 계열사가 보유한 가망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B2C 상품을 처음 출시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도 최근 보험설계사들의 반발과 대규모 집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국정감사 시즌인 만큼 카카오페이손보가 당분간 몸을 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도 17일 카카오 대란 사태와 관련해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더구나 이것이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