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가족과 여행을 떠났는데 카카오발(發) 비상사태라며 회사에서 연락이 와 급하게 사무실에 들어갔다. 수천건씩 고객 민원이 폭주하다 보니 아쉬워하는 가족의 모습을 뒤로 하고 회사에서 야근할 수밖에 없었다. 주말이 강제로 '삭제'되다 보니 카카오가 원망스러웠다."
17일 오후 1시 판교 직장인들은 카카오톡 오류 대란으로 '빼앗긴 주말'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었다.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파크공원 등 인근 산책로엔 점심 후 저마다 손에 커피를 한 잔씩 들고 걸으며 '주말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들이 나타났다. '그래도 그나마 주말이라 피해가 적었다'라며 안도하는 목소리부터 '카카오 때문에 애먼 우리 회사만 피해를 봤다'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의 위상답게, 소통을 넘어 사회·경제적 활동까지 마비되는 현상이 빚어졌다. 메신저 기능에 이어 다음(포털)·카카오톡 선물하기(쇼핑)·카카오페이(금융)·카카오T(교통)·카카오맵(지도)·카카오게임즈(게임), 멜론 등 생활 전반에 침투한 서비스들이 주말에 오류가 나면서 각종 피해가 속출했다.
◇ 카카오發 2차 피해 IT기업…밤샘 야근에 주말 사라져
지난 15일 카카오가 데이터센터 위탁 운영을 맡긴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에서 불이 나면서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카카오톡을 포함한 주요 카카오 서비스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카카오 서비스 관련 주요 기능은 화재 이튿날인 16일 밤에야 일부 정상화됐다. 이와 연동된 카카오톡 간편 로그인, 카카오페이 등 서비스도 먹통이 되자 해당 기능을 활용하던 다수 IT업체도 덩달아 주말에 주요 기능이 마비됐다. 피해는 주말에 갑작스럽게 출근해 관련 사태에 대응해야 했던 IT업계 직원들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IT업계 종사자 A씨는 "카카오 오픈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사용하는 우리 회사는 카카오 주요 서비스가 마비되면서 플랫폼 내 주요 기능도 함께 망가져서 고객 민원이 대량으로 밀려왔다"라며 "당장 서비스가 아예 안 돼 우선 카카오를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기능을 임시방편으로라도 바꾸기 위해 일부 개발자와 프로덕트매니저(PM)가 주말에 회사로 출근했다"라고 했다.
A씨는 "카카오 서비스가 아예 마비되는 일은 전무후무한 사태였다"라며 "사안이 위급하다 보니 테스트용 서버 대신 바로 서비스 운영을 할 수 있는 서버로 조치 내용을 보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회사로 출근했다"라고 말했다.
다른 IT업계 종사자 B씨는 "주말에 출근을 안 했더라도 카카오 사태의 여파로 아침부터 모두 정신이 없었다"라며 "건너편 한 스타트업은 출근하자마자 아침부터 경영진 회의가 급하게 잡혔다고 하고, 주말에 출근을 안 했더라도 아침에 업무 폭탄을 맞은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라고 했다. 그는 "주말에 출근했던 사람들이 '앞으로 카카오 쓰지 말자'라며 많이 욕하는 등 여론이 매우 나빴다"라면서도 "그래도 주말이라 피해가 적었다라며 안도하는 사람도 많다"라며 현장 분위기를 귀띔했다.
IT업계 종사자 C씨는 "회사 주요 서비스 관련 알림이 카카오톡으로 가야 하는데 주말에 모두 막혔고, 카카오톡으로 진행됐던 고객지원 응답부터 이용 신고까지 모두 막히면서 회사가 난리였다"라며 "개발자들이 주말에 갑자기 출근해 부랴부랴 애플리케이션(앱) 내 공지 팝업을 올리고 다른 결제 수단으로 이용자를 유도했다"라고 했다.
◇ 카카오 직원은 '침묵'…자영업자·택시 등 2차 피해 호소
이날 현장에서 만난 카카오 직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한 카카오 직원은 "회사 일이다 보니 외부적으로 발언할 수 없는 상황임을 이해해달라"라며 "더 신랄한 이야기는 판교 테크노밸리 등에 있는 다른 IT 회사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카카오직원은 "이번 사태가 카카오만의 잘못은 아니지만 워낙 여론이 좋지 않다 보니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라고 했다.
카카오 먹통으로 피해를 본 이용자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카카오 채널을 통해 주문과 상담을 하는 케이크 매장 사장 D씨는 "주말에 오류 난 줄 모르고 가만히 있다가 주문 건수가 줄어든 것을 보고 인지하게 됐다"라며 "예약이 평소보다 30%는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카톡 '선물하기'에 입점한 자영업자의 경우 타격이 더 컸다. 선물하기 단일 창구로 영업해 주문도 받지 못하고 기존 예약도 확인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선물하기로 받은 기프티콘을 사용하는 이용자들도 많았다. 판교에서 만 한 이용자는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 쿠폰을 사용하려고 했는데 작동이 안 돼서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카카오T로 영업하는 택시·대리기사들도 피해가 컸다. 서비스 오류가 나는 시간 동안 택시 기사들은 한동안 손님을 받지 못했다. 손님들도 택시를 잡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 특히 카카오T 앱으로만 콜을 받는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와 카카오T벤티 기사와 카카오T대리운전기사, 퀵·택배기사들은 아예 일하지 못했다. 판교에서 만난 대리기사 E씨는 "전원 공급 뒤 2시간이면 복구가 가능하다는 뉴스를 믿고 나왔는데, 앱이 작동을 안 해서 결국 15일 허탕을 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먼저 서비스의 정상화 이후 카카오와 카카오 주요 종속회사 손실에 대한 손해 배상 논의를 SK C&C 측과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카카오는 이번 화재로 피해를 본 계열사 및 고객사 서비스 이용자 피해 보상을 자체적으로 진행한 뒤, SK C&C에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