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화재 시 전산센터 비상대응계획을 점검했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들은 금융 전산 재난 발생 시 매뉴얼에 따라 화재 등 사고 발생 시 주전산센터의 데이터를 즉각 재해복구센터로 이관해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도록 조치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금융감독원의 화재 시 비상대응계획 재점검 지시에 따라 매뉴얼을 점검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모두 비상대응계획에 따라 주전산센터와 비상 시 백업센터를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매년 1회 이상 재해 발생 대비 훈련을 실시하며, 비상 시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전산 관련 이슈 발생 시 '금융전산 재난 현장 조치 행동 매뉴얼'을 바탕으로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컨틴전시 플랜(Contigency Plan·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비상계획)을 가동해 상황 종료 시까지 운영한다.

KB국민은행의 주전산센터는 김포에 있지만 사고 발생 시 서울 여의도에 운영하는 재해복구(DR)센터를 활용한다. 백업데이터도 별도 보관 중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위기 유형별·수준별 대응조치를 적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비상대응 프로세스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15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불로 현재 카카오톡, 포털사이트 다음 등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연합뉴스

신한은행은 전산시설을 위탁 관리하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이용하지 않고 신한금융 자체 전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주전산센터는 용인시 죽전에, DR센터는 고양시 일산에 있다. 백업데이터 역시 별도 보관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주전산센터의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DR센터에 동기화 되고 있으며 주전산센터에서 문제가 발생 시 DR센터로 네트워크를 전환해 DR센터가 주전산센터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도록 이중 구축이 돼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인천에 있는 '청라 데이터센터'를 주센터로 하고 있으며, 성남시 분당에 재해복구센터를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은 주전산센터는 서울시 상암에, DR센터는 분당으로 이원화 운영하고 있다. NH농협은행 또한 주전산센터는 의왕시에서 운영 중이고 백업센터는 안성에 위치한 IT안성센터를 통해 재해복구담당 업무를 진행한다.

인터넷은행도 주전산센터와 DR 센터를 분리 운영하거나, 전산센터 자체를 여러 군데로 분산하며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카카오와 연관된 서비스를 제외하고 송금 등 주요 서비스의 중단이 장기화하지 않았던 점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우선 상암에 주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분당에 야탑센터를 DR 센터로 운영하고 있다. 주센터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운영이 어려울 경우 재해복구 기능을 하는 야탑센터에서 바통을 이어받아 서비스를 이어가는 식이다. 또 부산에 있는 데이터센터를 통해 모든 데이터를 백업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카카오뱅크 제공

토스뱅크는 서버나 고객정보를 관리하는 주전산센터(김포)와 재해복구를 담당하는 DR센터(서울 논현)를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주전산센터와 DR센터 간 실시간 동기화를 진행하는 액티브-액티브(active-active) 방식을 적용해 데이터 관리를 이중화하고 있어 서비스 중단에 대비하고 있다. IDC 작업 시 트래픽을 한쪽 IDC로 옮길 수 있어서 장애 발생 시에도 빠른 대응으로 서비스 중단 없이 점검 작업이 가능하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일반 금융회사는 경우 주센터·DR센터로 구성해 액티브-스탠바이(active-standby) 형태로 운영해 DR센터는 재난 시에만 활용하는 용도로 가용성이 적다"며 "토스뱅크의 경우 주센터와 DR센터가 항시 같이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는 데이터센터를 삼중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 목동에 주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충정로에서는 해당 데이터를 백업해 저장한다. 분당은 DR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권의 자체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비상대응계획의 보완점을 지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