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씨는 지난 16일 오전 텔레그램을 확인했다가 'OOO님이 텔레그램에 가입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하룻밤 사이에 수십개 와 있어서 깜짝 놀랐다. 평소에는 텔레그램에 새롭게 가입하는 사람이 며칠 동안 한두명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먹통' 상황이 밤까지 이어지면서 김씨의 지인들이 카카오톡을 대체할 수 있는 메신저를 다운받았던 것이다. 김씨는 "'단체카톡방'을 업무용으로 쓰기도 하고, 여러 명이 메시지를 주고받는 게 일상이 된 상황에서 메신저 없이는 하루도 보내기 힘들다"며 "카카오가 먹통이 되면 다른 앱을 다운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플랫폼 '독점', 카카오 멈추자 피해 속출
17일 오전 9시 기준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애플리케이션(앱) 순위를 보면 네이버 메신저앱 라인이 1위다. 2위는 네이버지도, 3위 우티(UT), 4위 티맵(TMAP), 5위 실시간버스앱이다. 다음으로는 텔레그램, 타다, 티머니온다, 티머니고(고속버스), 지하철 실시간 열차 정보 순이었다. 카카오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사 앱의 다운로드 수가 급증한 것이다. 앱스토어 인기 차트는 24시간 이내의 다운로드 건수를 반영하는데, 해당 앱은 지난 15일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다운로드 수가 급증했다.
카카오톡뿐 아니라 카카오T, 카카오주차, 카카오쇼핑 등 카카오가 제공하는 서비스 대부분은 16일 오후 9시 30분쯤 주요 기능 대부분이 복구됐다. 그러나 화재 발생 후 40여시간이 지난 현재까지도 다음·카카오 메일, 카카오맵 로드뷰, 카카오 모빌리티 바이크 기기, 카카오쇼핑 검색기능, 카카오스토리·티스토리·브런치의 검색, 통계 기능 등은 아직 정상화되지 못했다.
플랫폼을 독점하다시피 한 카카오가 멈추자 크고 작은 피해 사례가 줄을 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제공하는 공유 퍼스널모빌리티(PM) 서비스 가운데 킥보드는 이용자가 앱에 접속해 '이용 종료' 버튼을 눌러야 한다. 한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앱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요금이 50만원을 돌파했다는 이야기가 올라왔다. 카카오콜만 받을 수 있는 카카오블루, 카카오벤티 택시 기사들도 손해를 봤다.
시민들의 불편 사례도 속출했다. 직장인 이모씨는 "택시 앱이 여러 개 있지만 카카오T가 익숙해 늘 카카오T를 이용해왔다"며 "15일 오후 4시쯤 택시를 잡으려 했는데 앱이 먹통이어서 잡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주말이어서 택시가 안 잡히는 줄 알고 다른 어플을 다운받을 생각도 못 한 채 한동안 택시 잡기를 시도하다가 결국 약속 시간에 늦었다"고 덧붙였다.
◇ 12년 카카오톡 최대 위기…탈카카오 선언 봇물
카카오톡이 나온 지 12년 만에 최장기간 서비스 장애가 지속되면서 탈(脫)카카오를 선언하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씨는 "카카오 해명은 결국 데이터 분산을 못했다는 것 아닌가. 화재 한 번으로 이렇게 긴 시간 정상화가 안 되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다른 회사 앱도 이용해야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도 "대체 가능한 타 서비스를 소개한다. 복구 전까지 전환 이용을 권장한다"는 내용의 글이 여러 가지 버전으로 올라왔다. 이와 관련해 트위터에 올라온 글은 6000회 이상 공유되기도 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이번 서비스 다운 타임 동안 카카오가 걱정해야 하는 건 시간당 손실 비용이 아니라 사람들이 대체 서비스를 찾아 떠나는 상황인 거 같다"며 "카카오택시, 카카오페이, 카카오지도, 심지어는 카카오톡까지도(사람들이 떠난다)"고 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카카오 안 되니까 2022년식 데이터 재난이 이런 거구나 싶고 카카오 이외의 대체 서비스로 피난 가야겠구나 싶다"고 했다.
지난 8월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기준 카카오톡의 월 사용자 수는 4310만명,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월 사용자 수는 각각 460만명, 1290만명에 달한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같은 데이터센터를 이용하는 네이버도 검색 기능 등과 관련해 일부 서비스 장애가 있었으나 3시간여만에 완전히 복구됐다. 네이버 라인은 카카오톡이 먹통이 된 동안 모바일 버전 검색창 하단에 '긴급한 연락이 필요할 때 글로벌 메신저 라인을 사용하세요'라는 문구를 띄웠다.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를 홍보에 활용한 셈이다.
우티도 택시기사들에게 "현재 타 택시호출 서비스 오류로 우티앱으로 택시 호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지금 바로 우티앱에 접속해서 오후 5시부터 오전 5시까지 이어지는 피크타임 인센티브 프로모션 혜택을 누려보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