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내년 출시하는 아이폰15부터 충전 단자를 현재 삼성전자(005930)가 사용하는 'USB-C' 타입으로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유럽연합(EU) 의회가 오는 2024년 말까지 EU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휴대전화과 태블릿, 카메라에 대한 충전단자 표준을 'USB-C' 타입으로 통일하는 법안을 가결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애플이 2024년 예상했던 USB-C 타입 도입을 1년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애플이 USB-C 방식을 오랜 기간 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오히려 충전 단자를 없앤 '포트리스(Portless)'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100% 무선충전 도입이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과거 애플은 아이폰7을 출시하면서 유선 이어폰 3.5㎜ 단자를 없애고 무선이어폰 '에어팟'을 출시했다. 초기에는 "불편하다",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 등의 반응도 있었지만,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사실상 이어폰 시장을 유선→무선으로 리셋(초기화·Reset)하는 계기가 됐다.
◇ 아이폰15, USB-C 탑재하나
15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가을 출시할 아이폰15에서 USB-C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올해 말 출시될 '아이패드' 기본 모델에도 USB-C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2024년 말까지 EU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휴대전화, 태블릿, 카메라 등 전자기기의 충전 단자를 'USB-C' 타입으로 통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026년부터는 대상이 노트북까지 확대된다.
EU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환경과 소비자의 부담 때문이다. 충전 단자가 같으면 전자기기를 새로 구입할 때 충전기를 별도로 구입할 필요가 없고, 전자 폐기물 걱정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 2012년 아이폰5부터 라이트닝 단자를 고수해왔다. 당시 라이트닝 방식은 기존 30핀 단자 대비 작고 모바일 기기에 장착할 때 위·아래를 구분하지 않아도 돼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후 충전 속도가 더 빠른 USB-C 타입 단자가 나오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애플은 2015년 일부 노트북 제품에, 2018년에는 아이패드 프로에 USB-C를 채택했다.
아이폰의 고성능화도 USB-C 타입 도입을 부추기고 있다. 아이폰14는 48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했다. 전문가용인 프로 로우 방식으로 사진을 촬영할 경우 용량은 120MB 수준이 될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USB 2.0 수준의 라이트닝 케이블로는 전송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 애플, 무선충전 시대 개척할 듯
애플의 USB-C 타입 도입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이어폰 단자, 유심 등 기능을 없애면서 시장을 개척했던 것처럼 애플이 USB-C 타입을 고수하는 것보다 아예 충전 단자를 없애고 무선충전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 소식에 정통한 마크 그루먼 블룸버그통신 기자는 최근 "애플은 새로운 유럽의 새 법률을 준수하기 위해 아이폰과 기타 장치의 충전 단자를 USB-C로 전환할 예정이지만, 여전히 무선이 우선이다"라며 "몇 년 후 어느 시점에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완전한 무선 충전 제품으로 전환하기 시작할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EU의 법률을 보면 무선으로만 충전되는 스마트워치는 제외됐다. 또 애플은 2017년 무선 충전 매트 '에어파워'를 공개한 바 있다. 에어파워가 완성도를 높여 출시된다면 무선 충전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애플은 지난 2016년 무선이어폰 에어팟을 출시했다. 당시 아이폰에는 3.5㎜ 이어폰 단자가 탑재됐고 유선 이어폰을 번들로 제공했다. 하지만 디자인과 방수 기능 탑재를 이유로 애플은 2018년 아이폰7에서 이어폰 단자를 없앴다. 애플이 이어폰 단자를 없애자, 2019년 삼성전자도 갤럭시노트10부터 이어폰 단자를 제외했다.
이로 인해 무선이어폰 시장은 급성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통계를 보면 무선이어폰 시장 규모는 2016년 100만대에서 2020년 2억2000만대로 급성했다. 2024년에는 12억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애플은 미국에서 보급되는 아이폰14 시리즈 제품부터 아예 유심(u-SIM) 카드를 넣는 물리적 슬롯을 없앴다. 100% e심(e-SIM) 방식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휴대전화 개통을 하기 위해서는 유심을 구입하거나 통신사의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e심은 개통 과정에서 매장에 가거나 통신사 직원을 상대할 필요 없이 스스로 개통할 수 있다. 특히 초기 개통 시 심 슬롯을 열고 손톱만 한 심카드를 휴대전화에 집어넣는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갤럭시 유선 충전의 경우, 이미 25W(와트), 45W 이상 등 초고속 충전 2.0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애플은 유선 충전에서도 갤럭시만큼의 고속 충전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며 "과거 기능 제거로 시장을 리셋해버리는 애플의 사례를 봤을 때 USB-C 타입보다는 몇 년 안에 100% 무선충전으로 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