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이동통신 3사가 망사용료 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망사용료 입법이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 등의 반대로 지지부진해지자, 통신 3사가 한목소리로 입법의 필요성을 피력한 것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통신 3사와 함께 12일 ‘망 무임승차 하는 글로벌 빅테크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그간 망사용료 논란은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의 이슈였지만, 구글이 공개적으로 입법 반대 운동을 펼치면서 KT와 LG유플러스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KT와 LG유플러스가 공개적으로 망사용료 입법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구글·넷플릭스 수익 비해 망사용료 적어”
현재 국회에는 해외 CP의 망 이용 대가와 관련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총 7건이 계류 중인 상태다. 구글과 넷플릭스 등 외국 CP가 발생시키는 트래픽 양이 나날이 급증함에 따라 네크워크와 설비 투자비가 늘어난 통신 업계도 재정적 부담이 커지면서 가만히 지켜보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통신 3사 임원들은 구글, 넷플릭스 등 외국 CP의 주장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SK브로드밴드와 망사용료를 놓고 소송을 벌이고 있는 구글과 넷플릭스는 ▲망중립성 무상 ▲이중요금 부과 ▲접속은 유상, 전송은 무상 등을 이유로 망사용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승진 SK브로드밴드 실장은 “망 중립성 위반이라는 주장은 넷플릭스가 1심 소송에서 주장했으나, 법원이 부정하자 이 주장을 폐기, 현재 2심 소송에서는 아예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과기정통부(정부)와 망중립성 개념을 최초 제안한 팀우(Tim Wu) 교수도 망중립성과 망사용료는 무관하다고 명시했다. 전 세계 모든 인터넷망은 유상으로 통신망에 연결하면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했다.
망중립성은 통신망 제공사업자가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망을 보유하지 않은 사업자도 같은 조건으로 망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망사용료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CP의 인터넷 요금이 인상된다, 국내 크리에이티브(유튜버)에게 피해가 간다는 구글의 주장에 대해서도 “팩트가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김 상무는 “트래픽이 증가하면 요금(단가)은 당연히 떨어지고, 추가 요금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구글은 한국에서의 사업운영 방식을 변경할 수 있다고 했고, 크리에이터들은 이를 수익배분 축소로 인식하고 있다. 일반 개인의 몫을 빼앗으면서까지 사업방식을 바꿔야 할 정도로 망사용료 부담이 크지 않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신민수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구글 망 이용대가 지불 비용과 수익 간 규모 비교’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풀HD 화질에 4분 13초 길이의 유튜브 영상이 45억번 재생됐다면 트래픽 규모는 49만9449TB(테라바이트)가 된다. 국내 대형 CP가 지불하는 망사용료 월 300만원을 대입한다면, 구글이 해당 영상으로 지불하는 망 사용료는 월 15만4000원이다. 10년간 누적으로 계산하면 1846만원쯤이 된다. 구글은 영상에 광고를 붙여 수익을 얻는데, 유튜버의 수익을 제외하면 구글이 해당 영상으로 얻는 수익은 10년간 최소 73억6000만원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 통신 3사 “유튜버 뒤에 숨지 말라”
그간 망사용료 논란과 관련해 “예의주시”라는 입장만 밝혔던 KT와 LG유플러스도 이날 입법 찬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철호 KT 상무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 CP 가운데 망사용료를 내지 않는 기업은 구글과 넷플릭스 두 곳뿐이다. 박 상무는 “디즈니플러스의 경우, 한국에 진출하면서 국내 통신사에 정당한 망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데 다른 CP와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통신 3사가 힘을 합친 것은 최근 구글의 망사용료 입법 반대 움직임 때문이다. 구글은 망사용료 입법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고 현재까지 24만3616명의 동의를 얻었다.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최근 공식 입장을 통해 “망 사용료 입법이 이뤄지면 한국에서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해야 할 수 있고 추가 비용이 크리에이터에게 불이익이 될 것이다”라며 법안 반대에 유튜버들이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최근 세계 최대 게임 방송 플랫폼인 트위치가 한국 내 화질을 1080p에서 720p로 낮춘 것도 한국의 망 사용료 부과 움직임에 대한 불만 표시라는 의견도 있다.
망사용료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일부 외국 CP들의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27.1%를 구글이, 7.2%를 넷플릭스가 차지했다. 사실상 2개의 글로벌 CP가 국가 전체 트래픽이 34%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 3사는 5세대 이동통신(5G) 구축을 위해 4년간 34조원 이상의 망투자를 진행했다. 외국 CP의 트래픽이 급증하는 만큼 망투자에 대한 분담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윤상필 KTOA 실장은 “국내에 많은 외국 CP들이 사업을 하고 있지만 구글, 넷플릭스 2곳만이 국내 시장 체계를 부정하고 망사용료를 지불하지 못하겠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망사용료 법안이 꼭 통과되어야 하고, 유튜버 뒤에만 숨지 말고 사실에 기반한 대응을 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