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뉴스1

삼성전자가 7일 올해 3분기 매출 76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의 잠정실적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7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1.73%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은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70조원을 넘어선 후 5분기 연속 70조원을 넘었다. 동시에 3분기 기준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부문이 선전하면서 매출 증가에 힘을 보탰다. 지난 8월 출시한갤럭시Z플립·폴드4 등이 인기를 끌면서 삼성전자 매출을 견인한 것이다. 여기에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87%(지난해 기준)를 차지하는 만큼 달러 강세에 따른 고환율이 매출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증권업계는 지난 5월까지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17조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영업이익은 10조원대에 머물렀다. 시장 예상을 밑도는 어닝쇼크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줄어든 건 지난 2019년 4분기 이후 3년여 만이다. 반도체 시장의 한파가 수익성 감소로 나타난 것이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한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잠정실적 발표할 때 사업 부문별 구체적인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증권가는 반도체와 세트 사업이 부진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내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판매는 신제품 출시 효과로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봤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은 올해 3분기 매출 25조원, 영업이익 6조억원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 4%, 영업이익 50% 줄어든 수치다. PC와 생활가전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서버용 시장마저 주춤하면서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등을 총괄하는 MX(모바일 경험)부문은 3분기 매출 31조원, 영업이익 3조원이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0.7% 증가, 영업이익은 1% 감소다. 고가의 폴더블폰 신제품 출시 효과로 매출은 증가했지만,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TV와 생활가전을 판매하는 CE(생활가전)부문의 올해 3분기 성적은 부진이 예상된다. 증권사가 예상하는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5조원, 3100억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은 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9% 급감한 성적이다. 경기 침체 우려로 가전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줄었다.

서울의 한 삼성디지털프라자의 모습. /뉴스1

올해 4분기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도 우울하다. 연말 성수기 효과로 매출은 70조원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도체와 생활가전 수요 부진에 스마트폰 판매 감소가 겹치면서 영업이익은 10조원 아래로 내려올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매출 78조5145억원, 영업이익 9984억원을 전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2.6% 증가, 영업이익 28% 하락한 성적이다

실제 반도체 시장은 올해 4분기에도 부진한 흐름이 예상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3~1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3분기의 10~15%에 비해 가격 하락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가격도 15~20% 하락하면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도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스마트폰, PC, TV 등 세트 수요 하락 속도가 매우 빠른 상황에서 반도체 주문 축소 속도는 더 빠른 상황을 보이고 있다”라며 “3년간 지속된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이 최고 수준의 재고 부담을 남기면서 후유증이 오래가면서 삼성전자에 부담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