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애플 매장의 로고 모습. /뉴스1

애플이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인도, 베트남 등으로 옮기겠다고 밝혔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애플이 생산기지를 옮기고자 하는 것은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는 데다 중국이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정책을 강력하게 펴면서 생산에 큰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최근 애플은 아이폰 생산량의 25%를 인도에서 생산하겠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으나, 그간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단기간에 중국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아이폰14, 중국에서 역대급 인기

중국에서 아이폰 인기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도 애플이 중국을 섣불리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아이폰13이 출시된 지난해 말부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 점유율은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아이폰14는 고가 모델인 프로 시리즈 위주로 인기가 많다. 다만 아이폰 기본 모델은 예상치를 밑돌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는 만큼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고, 결국 애플은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8일 홍콩 데이터 회사 샌달우드에 따르면 아이폰14 출시 후 판매 첫 주 동안 아이폰14 프로 시리즈 판매량은 지난해 나온 아이폰13 프로 시리즈보다 56%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애플은 이미 아이폰13이 출시됐을 때 중국 시장에서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애플이 1위를 기록한 것은 6년 만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 23%, 화웨이 7%였다. 중국에서 400달러 이상 프리미엄폰 시장을 봐도 아이폰이 1위를 했다. 자국 제품을 우선시하는 중국인들이 화웨이 대신 애플을 선호한다는 것은 시장의 큰 변화라는 것이다.

생산과정에서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아졌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10년 전에는 중국에서 단순히 조립만 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 중국에서 스피커를 만들고, 유리를 자르고, 배터리를 제공하며, 카메라 모듈을 제조하고 심지어 중요한 디자인 요소 설계까지 중국에 맡긴다. 위칭 싱 도쿄 국립정책연구소 경제학 교수에 따르면 이런 부분은 아이폰 가치의 25%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캘리포니아 본사의 직원을 파견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에 중국의 기술자들을 직접 고용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 데이터분석 회사인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애플이 중국에서 채용한 일자리는 2020년 대비 1.5배 증가했다. 이들 대부분이 서구에서 교육받은 중국인들이라고 글로벌데이터는 전했다.

'아이폰14 프로·프로 맥스'에 적용된 '다이내믹 아일랜드'. /애플 제공

◇ 인도로 생산기지 옮겨도 여전히 中 영향력

애플이 인도에서 아이폰 생산량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사업 다각화를 이루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폭스콘 등 인도에 진출한 중국 업체들이 계속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장애물을 넘어선다고 하더라도 인도 정부와 조율해야 할 문제가 있다. 예컨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당장 내년부터 애플뿐 아니라 삼성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인도 고유의 위치정보시스템(GPS) 규격과 호환되는 스마트폰을 만들라고 하고 있다. 미국이나 러시아 등 외국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이렇게 하려면 설계 변경을 해야 해서 비용이 증가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생산기지를 중국 밖으로 옮기는 게 빠르게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