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128단 1TB(테라바이트) TLC 낸드플래시. /SK하이닉스 제공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과 과잉 재고가 맞물리면서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의 올해 4분기 가격이 3분기 대비 최대 20%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27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과잉 공급 상태 지속으로 4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3분기보다 15~2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렌드포스가 추정한 3분기 낸드 플래시 가격 하락 폭은 13~18%로, 이보다 더 큰 가격 하락이 4분기에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낸드 수요자는 2분기부터 재고 소진에 집중하면서 낸드를 새로 구매하는 일을 줄이고 있고, 낸드 제조사는 주문량을 늘리기 위해 최저 가격에 낸드를 공급하려고 해 공장 재고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라며 "대다수 제조사의 낸드플래시 판매량은 연말까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고, 실적 압박을 받은 일부 제조사는 손실을 줄이려 생산량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낸드 품목별로는 스마트폰과 TV 등에 주로 들어가는 내장형 멀티미디어카드(eMMC)와 범용플래시 저장장치(UFS)의 가격이 13~18%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용・소비자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가격은 15~20% 하락할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내다봤다.

앞서 지난 23일 트렌드포스는 보고서를 통해 D램 역시 공급 과잉과 재고 증가로 4분기 가격이 13~18% 떨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D램 가격은 이미 3분기에 직전 분기(2분기)에 비해 가격이 13~18% 하락했다.

메모리반도체 의존이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성적표도 예측보다 더 나빠질 우려가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4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11조4062억원으로 1개월 전인 12조4062억원 대비 약 8% 떨어졌다.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1조7413억원으로 1개월 전(2조5540억원)보다 31.8% 하락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메모리의 출하 부진과 평균판매단가(ASP) 급락 영향으로 반도체 부문 이익이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며 "거시 환경 불안과 수요 둔화, 재고 조정의 삼중고를 고려할 때 전망을 더욱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본격적인 메모리 가격 급락이 시작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세트 업체의 재고 축소 노력으로 출하가 기대치를 밑돌며 반도체 부문이 부진할 것이다"라며 "당분간 분기 실적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역시 "내년에는 영업이익 감소 가능성이 커져 기업 실적도 큰 폭의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