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대한 내년 투자가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TV 수요 둔화는 물론, 시장 저변 확대가 더딘 탓이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 패널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시장 정체에 맞물려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대형 OLED 투자로 시장에 침투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반입 기준으로 내년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대형 OLED 생산설비에 투자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 OLED 패널은 주로 TV와 모니터 등에 사용되는데,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W)-OLED와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QD)-OLED가 대표적이다. 해당 분야에서 LG디스플레이가 독보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부터 양산 체제를 갖추고 패널을 생산 중이다.
지금까지의 대형 OLED 장비 투자는 대부분 LG디스플레이가 이끌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의 90% 이상이 LG디스플레이의 몫이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3년부터 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양산을 시작한 중국 광저우 LG디스플레이 공장에 앞선 2019년 대형 OLED 장비 투자액은 30억달러(약 4조2800억원)에 달했다. 이듬해인 2020년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아산캠퍼스 Q1라인 조성으로, 업계 대형 OLED 장비 투자액은 20억4900만달러(약 2조9250억원)로 집계됐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의 양산이 안정화하고, 추가 투자 여력이 줄은 지난해와 올해는 각각 1억4700만달러(약 2100억원), 1억4200만달러(약 2030억원)으로 투자액이 높지 않았다. 이어 내년에는 아예 투자가 없을 것으로 예측됐고, 2024년 20억1100만달러(약 2조8700억원), 2025년 15억1000만달러(약 2조1500억원)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분기 4883억원의 적자를 낸 LG디스플레이로서는 OLED 수익성 확보가 시급하다. 지난해 대형 OLED 사업이 손익분기점(BEP)에 접어들었지만,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이 판가 하락으로 회사 전체 실적이 부진했던 것이다. 여기에 올해 대형 OLED 패널 1000만대 판매를 예상했으나, 수요 감소로 목표치보다 100만대 감소한 900만대 출하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등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애초 27% 성장이 예상됐던 올해 OLED TV 출하량은 7.8% 성장으로 하향조정(트렌드포스 전망)됐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23억6600만달러(약 3조3800억원)를 대형 OLED에 투자했으나 지난해 9500만달러(약 1350억원)로 크게 줄였다. 올해는 1억2400만달러(약 1770억원), 내년에는 제로(0)에 그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패널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삼성전자와의 협상을 진행했으나, 공급가격 등에 이견이 있어 협상이 잠시 중단된 상태다.
QD-OLED 패널을 만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 2020년 19억3600만달러(약 2조7650억원)를 투자했으나, 지난해 1900만달러(약 270억원)로 급감했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는 별다른 투자 계획이 없다. 이 역시 삼성전자 영향이 크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QD-OLED 패널을 채용한 TV를 북미와 유럽에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적극적인 마케팅 움직임은 없다. 아직 주력 제품이라고 판단하지 않은 탓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OLED 패널을 채용한 TV 판매가 늘어야 추가 투자 여력도 생긴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 패널 월 3만장을 생산해 삼성전자와 일본 소니 등에 납품한다. 연간 100만대의 TV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이 투자에 소극적인 사이 중국 업체의 대형 OLED 투자는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1위, 글로벌 3위 TV 제조사인 중국 TCL 자회사 CSOT는 삼성디스플레이 QD-OLED 패널 생산과 비슷한 잉크젯 프린터 공정 OLED에 투자, 시장 안착을 노린다. CSOT는 2024년 15억1900만달러(약 2조1700억원), 2025년 15억1000만달러(약 2조1570억원)를 대형 OLED 장비에 투자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