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직원이 3D 낸드플래시를 검사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 감소 직격탄을 맞은 국내 반도체 업계의 역성장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석권한 D램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도 올해 들어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올해 D램 수요 증가율은 8%로 최근 5개년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요가 위축하면서 D램 가격은 지난달 2년 만에 최저를 기록하는 등 약세가 확연하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 가격이 10~15% 하락하고, 4분기에는 3분기보다 15~18% 더 하락할 것으로 봤다. D램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매출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이런 전망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성적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6~8월)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평균 12조85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7%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3개월 전 3분기 전망치(16조2770억원)에 비해 20% 이상 낮아진 것이다. 전망치가 현실화하면 삼성전자는 2019년 4분기 이후 약 3년 만에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전체 매출에서 메모리 비중이 90% 이상인 SK하이닉스 상황은 더 암울하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8% 급감한 2조5512억원으로 집계됐다. 3개월 전 전망치(4조7720억원)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문형 생산인 비메모리와 달리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는 생산 후 판매 방식이기 때문에 수요 감소 타격이 더 크다”고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고는 계속해서 쌓이는 중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재고자산은 21조5079억원으로, 지난해 말 16조4551억원 대비 30% 늘었고, SK하이닉스 재고자산도 11조8787억원으로 지난해 말 8조9166억원 대비 33% 증가했다.

그래픽=손민균

업계는 4년 주기의 사이클을 타던 과거와 달리 반도체 업황 개선 시기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국내 반도체의 ‘큰손’ 고객인 중국발(發) 수요 개선이 필수인데, 중국의 코로나19 봉쇄가 이어지고 있어 단기간 경기 회복을 바라기도 힘든 상황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출하량이 늘어나려면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시장 점유율이 높은 중국 스마트폰 업황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졌는데도 구매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어 한동안 두 자릿수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채 연구원은 “D램 출하량이 플러스(+)로 돌아설 때를 업황 개선의 첫 번째 시그널로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거시경제 침체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반도체 업황이 스스로 나아질 가능성은 없다”며 “국내 반도체 침체는 결국 스마트폰이 잘 팔려야만 해결되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는 전처럼 예측 가능한 반도체 등락 사이클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반도체 등락 주기는 점차 더 빨라지고 있어, 메모리 반도체에 더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지 않으면 반도체 다운턴(침체기)은 더 자주, 더 급격하게 닥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