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나스 조나르가다 오토데스크 설계·제조 전략 담당 부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오토데스크코리아 본사에서 그룹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력 부족, 공급망 교란, 원자재·부품 가격 상승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기업들의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절실하다."

스리나스 조나르가다(Srinath Jonnalagadda) 오토데스크 설계·제조 전략 담당 부사장은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오토데스크코리아 본사에서 가진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전환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모든 데이터를 유연하고 매끄럽게 연결·조합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한데, 개방형 클라우드를 기반한 오토데스크의 포지가 한국 제조업에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포지는 여러 산업군과 기기에서 나오는 다양한 데이터를 조합해, 설계에 반영하거나 시뮬레이션을 돌릴 수 있는 개방형 클라우드 솔루션이다. 쉽게 말해, 공장을 짓기 전에 3차원(3D)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조 공장을 디자인해, 어느 정도의 효율이 나오는 지 사전에 다양한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포지는 ▲데이터 시각화 및 분석 ▲디지털 트윈(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 세계에 구현하는 기술) ▲AR·VR(증강·가상현실)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통합 ▲설계 자동화 등에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해양연안 관리 등을 위한 디지털 트윈 설계에 포지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오토데스크 경영진이 연이어 한국을 찾고 있다. 빨라지는 디지털 전환 흐름에 발맞춰 국내 제조업 고객 모시기에 나선 것이다. 오토데스크는 1982년 최초의 CAD(컴퓨터 설계) 소프트웨어 '오토캐드'를 선보이며, 전 세계 건축·엔지니어링·건설(AEC)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다. 이들 업계에서 오토캐드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80%~90%로 추산되고 있다.

오토데스크의 사업부문은 크게 ▲AEC(건축·토목설계 솔루션) ▲제조(설비 설계 솔루션) ▲M&E(3D 등 미디어엔터 설계 솔루션) 등으로 나뉜다. 스리나스 부사장은 "매 분기마다 달라지지만, 올해 2분기 기준 전체 매출액에서 각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AEC가 45%, 제조가 35%, M&E 20% 정도다"라며 "향후 5년 간 성장성이 큰 제조 부문을 중점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고 했다.

스리나스 부사장은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에서 기계공학 석사 학위를 받고 지멘스를 거쳐 2000년부터 22년 간 오토데스크에서 근무하고 있다. 사내에선 모델링, 전자기기 및 기계 엔지니어링을 위한 '퓨전360′ 클라우드 플랫폼 사업을 주도했다. (아래는 스리나스 부사장·오찬주 오토데스크코리아 전무이사와의 일문일답)

포지 개념도. /오토데스크

一 오토데스크 글로벌 부사장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떤 의미인가.

"오토데스크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다음 시대를 이끌어갈 핵심 요소로 보고 지난 10년 간 포지 개발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고객 상당수는 이미 포지를 도입한 상태다. 지금은 학생, 스타트업 등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고 많은 진전을 이뤘다. 다만, 한국 기업과는 아직까지 직접 대면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제조 핫스팟'인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여러 산업계 사람을 만나 '오토데스크의 기술력'을 소개할 예정이다. 가능하면 내년, 내후년에도 한국을 찾고 싶다."

一 제조업 특성상 한번 도입한 설비는 교체하기 어렵다. 오토데스크의 시장 공략법은 무엇인가.

"변화에는 항상 학습 곡선이 있다. 어떤 기술이든 종사자들에게 노출되는 시간이 길수록 업계가 그것에 적응하는 속도는 빨라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업이 혼자 이런 학습 곡선을 그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사용자 참여가 필수적이다. 퓨전360을 예로 들겠다. 당장 유튜브를 켜서 퓨전360을 검색해보면 많은 양의 튜토리얼(사용법) 영상을 볼 수 있다. 오토데스크가 올린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일반 사용자가 올린 영상이다. 이렇게 사용자를 중심으로 변화가 시작되면 기업들은 따라가는 경향을 보인다. 단, 사용자의 자발적 참여는 기술이 우수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一 대기업, 중견·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에는 속도 차이가 있다.

(오 이사) "국내 제조 시장의 경우, 잠재 고객의 규모에 따라 접근법이 달라진다. 대기업은 '어떻게 하면 혁신적인 제품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을까'에 주안점을 두고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한다. 현재 많은 대기업이 디지털 전환에 활발히 투자하는 이유다. 그렇지만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기술을 모두 통합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한 인식은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다. 오토데스크는 여기서 사업 기회를 보고 있다."

"중소기업은 양질의 제품을 기한에 맞춰 협력사에 납품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다. 이 때문에 플랫폼에 대한 인식은 대기업에 비해 높지만, 대기업 만큼의 자본력이 부족해 선뜻 도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제품 품질 저하를 우려해 플랫폼 도입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중소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국 버밍엄에 위치한 오토데스크의 테크놀로지 센터. 이곳에서 오토데스크 직원들은 고객사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토데스크

一 포지는 오토데스크 뿐만 아니라 타 업체 솔루션의 데이터도 연동한다. 호환성 문제는 없나.

"포지는 업계 유일무이한 개방형 플랫폼으로, 현존하는 모든 솔루션 데이터를 매끄럽게 연동한다. 요즘엔 플랫폼이라는 단어가 유행어로 느껴질 정도로 업계에서 많이 쓰이는데, 포지처럼 생산성 향상이라는 결과로 이름값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포지는 고객에 무조건적이고 전적인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고객이 원래 쓰던 솔루션을 계속해서 쓸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필요에 따라 원하는 만큼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구독제를 채택하고 있다."

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제조 업계가 앞으로 눈여겨봐야 하는 트렌드가 있다면 공유 부탁한다.

"기술이 빠른 속도로 진화하면서 우리는 과거의 방식으로 일하기를 멈추고, 그간 기술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되짚어보며 미래 발전상을 그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제조 산업 전반이 경험하고 있는 트렌드를 먼저 말하고 싶다. 첫 번째 트렌드는 인력 부족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2030년까지 한국에서만 제조업 일자리가 50만개 정도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두 번째는 코로나19로 심화된 공급망 차질이다. 이 때문에 기업이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은 물론 원자재와 각종 부품을 확보하는 것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고물가로 인한 원자재 및 부품 가격 상승이다. 이는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一포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우리는 혼란이 늘 기회와 함께 찾아온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이때 기회를 잘 활용하는 기업은 파괴적인 혁신을 주도하며 시장 내 입지를 이전보다 훨씬 공고히 다질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기회를 잡기 위해서 지금 기업들이 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가. 먼저 스마트 공정 도입이 있다. 설비를 고도화해 효율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제조 과정을 전부 자동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품 하나를 만드는 과정도 복잡한데, 이를 문서로 관리한다는 건 생산성과 거리가 멀다. 또, 클라우드 기술을 접목하면 지금과 같은 공급망 위기가 다시 발생했을 때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가능해진다. 이러한 변화를 포지로 실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