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화질 개선 기능을 탑재한 새 그래픽처리장치(GPU) '지포스 RTX 40시리즈'를 선보이고, 전 세계적인 GPU 수요 감소를 뚫어내겠다고 밝혔다. 다만 엔비디아는 이번 GPU의 생산을 기존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대만 TSMC로 옮겼는데, 업계는 TSMC가 삼성에 비해 더 안정적인 반도체 생산역량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는 여전히 중요한 파트너다"라며 "AI 컴퓨팅에 필수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삼성전자에서 공급받고 있다"라고 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20일(현지시각) GPU 관련 기술 콘퍼런스인 GTC를 열고, 3세대 그래픽 아키텍처(설계구조) '에이다 러브레이스(Ada Lovelace)'와 이에 기반한 GPU 지포스 RTX 4090·4080을 공개했다. 젠슨 황 CEO는 신제품을 소개하면서 "컴퓨팅 분야는 로켓처럼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라며 "이 로켓의 추진엔진은 가속 컴퓨팅이고, 연료는 AI다"라고 했다.

엔비디아 새 GPU 지포스 RTX 4090. /엔비디아 제공

엔비디아의 새 GPU 아키텍처인 에이다 러브레이스라는 이름은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이머이자 수학자인 실제 인물에게서 따왔다. AI를 적용해 비디오 게임 그래픽 성능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으로, 이미지나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를 16K(15360×8640)까지 높일 수 있다. 이를 기초로 만든 GPU는 연산소자인 트랜지스터 760억개를 집적했다.

또 엔비디아가 만든 병렬 컴퓨팅 플랫폼·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모델인 쿠다(CUDA) 코어는 이전 아키텍처보다 70% 많은 1만8000개를 통합했다.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GPU RTX4090은 24㎇(기가바이트) 메모리를 탑재했다.

이들 GPU는 글로벌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가 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으로 만든다. 이전 모델인 RTX 30시리즈도 애초 TSMC 7㎚ 공정으로 생산할 예정이었으나 당시 단가, 납기, 물량 협상 등에서 이견을 보이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따냈다. 삼성 파운드리 8㎚ 엔비디아 맞춤형 공정으로 생산된 RTX 30시리즈는 성능 면에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5㎚ 이하 초미세 공정이 적용된 이번 신제품에서 엔비디아는 결국 TSMC의 공정 안정성을 더 높게 평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엔비디아 제공

이와 관련해 젠슨 황 CEO는 기조연설 후 열린 전 세계 미디어 대상 질의응답 세션에서 "여전히 삼성 파운드리는 가까운 협력사고, 밀접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삼성은 기저 기술(deep tech)이 강하고 규모가 크다는 강점을 가진 회사로, 공급망 호환성 측면에서 협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AI 컴퓨팅에는 고성능 메모리인 HBM이 필수인데, 삼성전자가 이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엔비디아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가상화폐 채굴 수요 감소 등으로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다. 전 세계적으로 GPU 수요가 꾸준하게 줄고 있는 탓이다. 이에 대해 젠슨 황 CEO는 "전반적인 반도체 시장이 침체하고 있지만, 서버와 데이터센터가 계속 생기고 있기 때문에 엔비디아의 서버용 GPU 수요는 문제없을 것으로 본다"며 "우리는 반도체 침체 상황에 크게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는다"고 했다.

엔비디아 자율주행 프로세서 드라이브 토르. /엔비디아 제공

엔비디아는 GTC에서 자율주행차용 프로세서 드라이브 토르(Drive Thor)도 공개했다. 이 역시 에이다 러브레이스 아키텍처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트랜지스터는 770억개가 들어갔다. 주차와 안전 인포테인먼트 등의 기능이 한데 모인 통합칩(SoC)으로, 2025년부터 중국 전기차에 탑재된다.

메타버스 역시 엔비디아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다. 이날 젠슨 황 CEO는 직접 메타버스 플랫폼 '옴니버스'에 표현된 빌딩과 철도 등을 선보였다. 현실 세계를 가상 공간에 그대로 재현한 '디지털 트윈' 기술이다. 젠슨 황 CEO는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실제 세계의 각종 사고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며 "실제 상황을 겪지 않고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시종일관 '획기적인 미래'를 강조한 젠슨 황 CEO는 "25년 전만 해도 인터넷은 잘 이해되지 않는 시스템이었다"며 "지금 차세대 인터넷인 메타버스를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도 가상 아바타 등을 통해 점차 현실화하고 있고, 나는 이 미래가 매우 기대된다"고 했다.

젠슨 황 CEO가 직접 소개한 메타버스 플랫폼 옴니버스 속 철도 디지털 트윈. /엔비디아 제공

그는 또 "인간끼리 연결된 현재의 인터넷과 달리 다음 세대 인터넷은 모든 자동차, 모든 방, 모든 창고, 모든 건물이 연결되는 새로운 세상이고, 우리는 계속 AI를 테스트해 디지털 트윈을 구현할 계획이다"라며 "전 세계 기업이 엔비디아의 기술을 누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