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모빌리티의 아이엠택시. /진모빌리티 제공

서울시 중랑구에서 택시회사를 운영하는 김경수(가명·62) 대표는 모빌리티 업체에 회사를 매각할지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인력난이 모빌리티 업체들의 기사 뺏어가기로 심화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기사들이 모이기만 하면 모빌리티 업체로 누가 옮겼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라며 "이번 달에만 기사 3명이 모빌리티 업체로 넘어갔는데, 사납금도 없고 월급 더 준다니 나 같아도 갈 것 같다"라고 했다.

7인승 이상 대형택시로 중무장한 모빌리티 업체들이 기사 늘리기 경쟁을 펼치고 있다. 택시 수를 늘려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사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중형) 택시 회사에서 일하던 택시 기사들은 더 나은 대우를 받기 위해 모빌리티 업체로 적극적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승차 대란이 가중되면서 택시 요금 인상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2일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VCNC의 직영 운수사인 편안한 이동과 진모빌리티(아이엠택시)에는 매주 150~200명의 기사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지난 2015년 마련된 관련 법령에 따라 대형 택시는 일반 택시 대비 최대 4배 높은 탄력 요금제를 받을 수 있는데 이에 따라 기사들의 월급이 일반 택시 대비 2~3배 높기 때문이다. 실제 진모빌리티 기사의 평균 월급은 350만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말 일반 택시 기사의 월평균 수입(169만원)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서울역에서 주행중인 카카오T 택시 모습. /뉴스1

이런 현상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택시대란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이 대형 택시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심화됐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타다 넥스트, 아이템택시 등이 증차에 속도를 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운행대수 1000대를 돌파한 카카오 T 벤티는 올해 말 2000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각각 700~800대를 운영 중인 타타 넥스트와 아이엠택시도 올해 1500대로 택시 수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모빌리티 업체들이 운영하는 대형 택시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5년 이상 무사고 택시 면허가 필요하다. 당장 기사 확보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모빌리티 업체들은 택시 구매비를 무이자로 빌려주고 플랫폼 수수료를 기존 10%에서 5%로 낮춰주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기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사 확보를 위해 모빌리티 업체들이 출혈 경쟁을 펼치고 있다"라며 "일반 택시 기사 확보는 물론이고 업체 간 기사 뺏어오기도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모빌리티 업체들은 기사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해 이탈을 막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다양한 혜택과 함께 기사에 대한 예우를 높이는 것이다. 택시 기사에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기 위해 호칭을 '파트너'(타다), '아이엠지니'(진모빌리티)로 바꾸고 건강, 교육, 금융 등 복지 제도도 강화했다. 진모빌리티가 대면 진료, 대학 수업료 지원과 함께 기념일 축하 쿠폰, 운행 필요 물품 지원을 늘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카카오 벤티로 꾸며진 현대자동차 스타리아 모습. /현대차 제공

모빌리티 업계의 기사 확보 경쟁이 계속되면서 일반 택시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택시 기사는 지난 7월 기준 7만3751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전인 지난 2019년 7월 10만3311명보다 28.6% 감소했다. 업계는 모빌리티 업계가 택시 수를 2~3배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반 택시 기사 수는 매년 2000~3000명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모빌리티 업계를 중심으로 한 대형택시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감수하는 택시 요금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일반 택시와 달리 대형 택시는 택시가 부족한 시간대에 기본요금의 최고 두 배를 받는 탄력요금제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택시 기본요금을 기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리기로 한 만큼 대형 택시의 가격도 함께 올라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