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스1

삼성전자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한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장비 사업에서 잇단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22일 미국 1위 케이블 사업자인 컴캐스트의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005930)의 통신장비 분야는 이재용 부회장이 공을 들여온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앞서 2020년 미국 버라이즌, 2022년 미국 디시 네트워크, 2021년 영국 보다폰, 2021년 일본 KDDI, 2022년 인도 에어텔 등 글로벌 초대형 이동통신 사업자들과 잇따라 5G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 삼성, 컴캐스트에 5G 장비 공급

이번 수주로 삼성전자는 컴캐스트의 미국 내 5G 상용망 구축을 위한 5G 중대역(3.5~3.7㎓) 기지국, 5G 저대역(600㎒) 기지국, 전선 설치형 소형 기지국 등 다양한 통신 장비를 공급한다. ‘전선 설치형 소형 기지국’은 기지국과 라디오, 안테나 기능을 하나로 제공하는 통합 솔루션이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최신 2세대 5G 모뎀칩을 탑재해 기지국을 소형화∙경량화하면서도 데이터 처리 용량을 기존 제품 대비 두 배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컴캐스트 로고

이 기술은 설치 공간이 줄고, 전력 소모가 최대 50%까지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기상 변화 등 외부 요인으로 기지국이 설치 위치를 이탈하면 이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알려주는 센서를 탑재했다.

컴캐스트는 1963년 설립된 미국 1위 케이블 사업자로 인터넷, 케이블 TV, 집 전화, 모바일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 가장 넓은 와이파이 공급 지역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7년 와이파이 핫스팟과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의 무선 네트워크 대여(MVNO) 방식으로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했다.

6G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5월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 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해 6G 선행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0년 7월엔 ‘6G 백서’를 통해 차세대 6G 이동통신 비전을 제시했다.

전경훈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은 “이번 컴캐스트 수주는 삼성전자의 5G 기술력과 혁신에 대한 도전의 결실이다”라며 “이동통신 기술 발전이 가져올 새로운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차세대 통신 비전을 실현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이재용 ‘스킨십 세일즈’... 5G 장비 잇따라 수주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5G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빠르게 키울 수 있도록 조직 구성, 연구개발(R&D), 영업까지 전 영역을 직접 챙겼다. 이 부회장은 3세대 이동통신(3G)이 대중화되고 4세대 이동통신(LTE) 서비스가 시작된 2011년부터 5G 기술 연구를 전담할 ‘차세대 통신 연구개발 조직’ 신설을 지시했다. 이후 무선사업부와 네트워크사업부에 분산돼 있던 통신 기술 연구 조직을 통합해 5G 사업을 전담하는 ‘차세대 사업팀’으로 조직을 확대했다.

미국 뉴저지주 버라이즌 본사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Hans Vestberg) CEO. /삼성 제공

또 이 부회장은 주요 공급 계약 체결 과정에서도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만나는 등 ‘스킨십 세일즈’도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버라이즌과 7조9000억원 규모로 5G 장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일본 NTT도코모와도 공급 계약을 맺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직접 버라이즌과 NTT의 최고경영진을 만나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아시아 최대 재벌로 알려진 인도 최대 통신사인 릴라이언스 지오와도 공을 들였다. 이 부회장은 릴라이언스 그룹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2019년 무케시 암바니 회장 자녀들의 결혼식에 국내 기업인 중 유일하게 하객으로 초청을 받았다. 현재 릴라이언스 지오는 전국 LTE 네트워크에 100% 삼성전자 기지국을 사용하고 있다.

찰리 에르겐 디시 네트워크 공동 창업자

삼성전자는 지난 5월에는 미국 제4이동통신 업체인 디시(DISH) 네트워크에서 1조원 규모의 5G 이동통신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디시와 5G 통신장비 공급계약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지난해 9월 방한한 찰리 에르겐 디시 네트워크 창업자 겸 회장을 직접 만나 담판 지었다.

당시 양사의 수뇌부는 짧은 비즈니스 회동만 예정돼 있었지만 미팅 하루 직전인 전날, 이 부회장이 등산 애호가로 알려진 에르겐 회장에게 북한산 동반 산행을 제안해 장비 공급 계약 건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겐 회장이 세계 주요 고산 지역 등반에 직접 나설 만큼 산을 좋아한단 사실에 착안한 이 부회장의 깜짝 제안에서 성사된 이벤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