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태국 여행을 가기 위해 항공권 금액을 구글에서 두 차례 조회했다. 여행 도착지를 정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으로 '#방콕'을 검색해보기도 했다. 그 후 이상하리만치 그가 구글로 업무 관련 웹사이트를 접속해도 다른 항공사의 태국 항공권 광고가 떴고, 인스타그램에는 여행사에서 올린 '20대를 위한 자유여행 같은 태국 7박 패키지여행' 광고가 올라왔다. 몇 번 검색한 적도 없는데 구글과 인스타그램은 A씨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구글과 메타(옛 페이스북)에 법규 위반으로는 역대 가장 큰 규모인 약 1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두 기업이 수년간 온라인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기 위해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온 것이 확인되면서, 이들 기업의 주된 수입원인 맞춤형 광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효과적인 온라인 마케팅 수단으로 떠올랐던 맞춤형 광고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이며, 이에 의존하는 사업모델을 가진 빅테크 기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14일 적법한 동의 없이 이용자의 타사 행태정보를 수집해 온라인 맞춤형 광고에 활용했다는 이유로 구글과 메타에 각각 629억원과 3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행태정보는 이용자가 특정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실행한 검색, 구매 기록 정보 등을 말한다. 기업은 행태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이용자의 스마트폰이나 PC 등에 저장된 쿠키(웹사이트에 접속할 때마다 자동으로 생성되는 임시 파일) 등을 활용한다.
맞춤형 광고란 이러한 행태정보를 이용해 이용자의 성향을 분석해 일대일로 타깃화된 온라인 광고를 말한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빅데이터로 소비성향을 파악한 구체적인 소비자 집단에 대해 효율적으로 온라인 광고를 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광고 업계에 따르면 메타는 '픽셀'이라는 자체 도구를 활용해 연령·성별·관심사·구매내역·방문 기록(웹)·장바구니 등 개인정보 데이터를 활용하며, 구글 역시 유사한 도구로 자체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행동(Activity)' '관심사(Interest)' '사회적 의견(Opinion)', 즉 'AIO'를 수집하는 것이라 부른다. 광고 업계 관계자는 "해외 빅테크 기업은 외부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크레테오(Creteo)' 등 게임 앱 등에 일종의 추적 시스템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경로로 소비자 개인정보를 모으고 있다"라고 했다.
광고 업계 관계자들은 구글과 메타가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배경엔 소비자 개인정보를 활용해 집행하는 맞춤형 광고가 광고주에게 제공하는 '가성비', 즉 효율이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만큼 막대한 마케팅비를 감당할 수 없는 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사업자까지도 전체 소비자가 아닌 자신의 판매 타깃인 특정 소집단에 광고를 비교적 적은 금액에 집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광고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모든 인터넷 이용자를 대상으로 10초·15초 혹은 팝업·배너 등의 방식으로 금액을 나눠 모두에게 동일하게 광고를 팔았고, 이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 광고비용이 컸다"라며 "그러나 구글이 가장 많은 이용자가 검색하는 키워드 '대출' 등에 대한 광고비를 높게 잡고, 비교적 적은 이용자가 검색하는 키워드는 비교적 싼 값에 광고를 내놓는 등 광고비에 차등을 두기 시작했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통해 '모두'에게가 아니라 '누구'에게 광고할지를 광고주가 고를 수 있게 되면서 구글과 메타가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라고 했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빅테크 기업은 위치 등 다양한 개인정보를 수집해 인공지능(AI)이 관계성을 학습해 특정 광고와 이용자 취향과의 유사성을 판별하고 효과적으로 광고를 보여주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라며 "예컨대 앱 내 지도 위치 추적을 통해 위치에 대한 개인정보를 파악해서 맞춤형 광고를 하면 서울에 사는 사람에게 부산 식당 광고를 하는 비효율은 발생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장 교수는 "일반 기업은 절대 알 수 없는 정치 성향 등 명시적이지 않은 개인정보까지 플랫폼 기업은 추론할 수 있다"라며 "예컨대 우리는 일반인이 어떤 정당을 지지하는지 알기 어렵지만 이들 기업은 간접적인 데이터를 통해 이를 유추해낼 수 있으며 이는 선거 시즌 효과적인 맞춤형 광고에 활용할 수 있다"라고 했다.
개인정보위는 그동안 구글과 메타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이용자의 기기에 설치된 앱에 담긴 다양한 행태정보를 수집·분석해 광고에 활용하면서 이용자에게 적법한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구글의 경우 지난 2016년부터 이용자 행태정보 수집·이용 사실을 명확히 알리지 않고 설정 화면을 가려둔 채 기본값을 '동의'로 설정해 사실상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한 것으로 개인정보위는 보고 있다. 메타는 지난 2018년부터 동의가 필요한 내용을 이용자가 알아보기 어려운 방식으로 게재해 사실상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했다. 페이스북 계정을 생성할 때 한 번에 다섯 줄밖에 보이지 않는 화면에 700줄에 가까운 데이터 정책 전문을 게재하는 식이다.
맞춤형 광고는 주요 해외 빅테크 업체의 비중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메타의 경우 일부 앱에 유료 기능을 제공 중이지만, 여전히 페이스북의 총매출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9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애플이 사용자가 사용기록 공개 여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앱 추적 투명성(ATT)' 정책을 시행하면서 광고 매출이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지난 2분기에는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 급감하기도 했다. 맞춤형 광고에 의존하는 이들 기업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편법을 사용하면서까지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정부가 맞춤형 광고를 위해 불법까지 감행한 이들 기업에 칼을 빼 든 만큼 맞춤형 광고의 입지가 광고 업계에서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는 맞춤형 광고에 그간 수입을 의존해 오던 메타 등 주요 빅테크 업체의 수익성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구글과 메타 등 기업이 국내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진행한 맞춤형 광고 사업으로 큰 부를 축적했으나 광고를 집행한 국내 기업의 돈은 국내가 아닌 해외로 모두 빠져 나갔다"라며 "이러한 맞춤형 광고 행태가 계속되면 미래엔 미국의 구글이 한국 정부보다도 한국 소비자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수도 있으며, 광고를 하고 싶은 한국 기업은 해외에서 한국인의 데이터를 사와야 된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데이터 주권 확보를 위해서 국가가 이들 기업을 제재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해외 빅테크 기업이 이끌던 맞춤형 광고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