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황정민 쑤리남, 마불 닥더 대혼란 초고화질, 섹시 흥분 몰카…"
국내 한 웹하드(Webhard) 업체 홈페이지에 올라온 저작권 위반 불법 콘텐츠들의 제목이다. 이 업체는 영화, 드라마, 동영상, 애니, 만화, 게임, 유틸, 교육, 성인 등 사실상 저작권이 있는 대부분의 콘텐츠를 불법으로 유통하고 있다. 특히 '몰카', '강간'이라는 단어를 검색하자, 수많은 성인물 영상이 검색됐다. 'N번방 사건'으로 웹하드가 불법 성인물 유통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여전히 불법 영상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과학기술정보통신가 매달 '특수부가통신사업자(웹하드, P2P) 현황' 통계를 발표하면서도, 이들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은 부실하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과기정통부가 저작권 등 위법 행위를 하고 있는 웹하드 업체들을 마치 공인된 업체처럼 오인할 수 있도록 업체들을 홍보해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통계? 홍보?' 도메인 주소까지 공개
20일 웹하드 업계와 과기정통부 등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지난 15일 특수부가통신사업자(웹하드, P2P) 8월 현황을 발표했다. 매달 한번씩 발표되는 이 통계에는 총 35개 웹하드 업체에 대한 등록일자, 사업자명, 사업종별, 사이트 도메인 등의 정보가 담겼다.
웹하드란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처럼 데이터나 파일 등을 저장해 놓을 수 있는 인터넷상의 저장 공간을 뜻한다. 일정한 크기의 저장공간인 스토리지를 확보하며 어느 곳에서나 열람이 가능한 파일을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장과 공유가 쉽다는 이유로 웹하드는 불법 저작권 위반 영상과 음란물 유통의 경로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제는 해당 통계가 올라온 과기정통부 홈페이지 게시판은 ▲무선 트래픽 현황 ▲이동전화 및 시내전화 번호 이동 현황 ▲무선통신 서비스 가입 현황 등 공식 통계가 올라오는 곳이다. 단순 현황 통계지만, 정보기술(IT) 업계를 관장하는 과기정통부의 특성상 웹하드 업체들의 통계는 인증 업체로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위법 행위가 의심되는 웹하드 업체에 대한 도메인 주소 등 상세 정보를 저작권 보호와 몰카 범죄 예방 등을 담당하는 과기정통부가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얘기 같다"며 "도메인 링크까지 포함돼 있는 것을 봤을 때, 오히려 사람들이 해당 웹하드를 알게 되고 그 링크를 사용해 들어가는 홍보 효과도 있을 수 있어 통계 공개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 과기정통부가 공개한 웹하드 업체 목록을 보면, 이른바 '직원 폭행'과 '웹하드 카르텔' 논란으로 유명한 A씨가 소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웹하드 업체 두 곳의 이름도 올라와 있었다. 웹하드 카르텔은 음란물 불법유통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헤비업로더, 웹하드 업체, 필터링 업체, 디지털 삭제 업체 등 4단계의 담합이 있는 웹하드 사이트 운영 형태를 말한다. A씨는 관련 혐의와 관련해,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35개 업체를 모두 살펴본 결과, 대부분이 영화, 드라마 등 불법 저작권 영상이나 성인물 영상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 업체들의 공통된 특징은 낮과 밤이 다르다는 것이다. 낮에는 정상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영상을 보는 이른바 '제휴콘텐츠'가 많지만 심야가 되면 아직 극장에 개봉 중이거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업로드 된 최근 개봉작들이 올라온다. 또 방송에서 방금 끝난 드라마나 예능도 1~2시간 후에 업로드 되는 경우도 많다.
성인물도 마찬가지다. 심야 시간 웹하드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출처를 알 수 없는 불법 촬영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자극적인 제목으로 네티즌의 다운로드를 유인하고 있다. 사실상 웹하드 공간이 저작권의 무법지대 상황인 것이다.
◇ 극장·OTT 개봉 동시에 유출, 성인물도 여전
과기정통부는 통계는 발표하지만, 이들에 대한 단속 권한이 없다며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웹하드 통계를 과기정통부 디지털포용정책팀이 맞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포용이란 모든 국민이 소외와 차별 없이 디지털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부서다.
콘텐츠 업계 한 관계자는 "웹하드 업태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그 안에서 이뤄지는 불법 공유, 성인물 유통 등의 문제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단순한 통계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과기정통부의 저작권 의식 수준을 보여주는 잣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웹하드 업체들은 제목을 바꾸는 수법으로 단속망을 피해 가고 있다. 영화 수리남은 '쑤리남' 혹은 '하정우의 ㅅㄹㄴ'으로 표기를 바꿔 표시하고 있다. 국내 OTT 업체인 웨이브가 자체 제작한 '위기의X'도 'O9월 권샹후x새미 떠따! - ( 벼 . 락 . 거 . 지 ) - 초고화질 . FHD'이라는 제목으로 전편이 올라온 상태였다.
빠른 대응이 가능한 국내 업체들의 영상보다는 상대적으로 단속이 느슨할 수 있는 넷플릭스나 디즈니의 영화나 드라마도 많이 올라왔다. 마블의 영화들도 웹하드 업계의 인기 콘텐츠 중 하나다. 'O9월 정식파일 떠따! (( 우 . 주 . 최 . 고 )) 정식자막 . 초고화질 . 판타지'라는 제목의 영상은 '마블의 토르 러브 앤 썬더'였다. 지난달 공개된 HBO의 '하우스오브드래곤' 드라마도 '하우스드레군'이라는 제목으로 유출됐다. 성인물 수위는 더욱 높다. 한 웹하드 업체는 '국ㄴH 물약 마사지'라는 성인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저작권과 불법 촬영물 등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담당이고, 반기별로 과기정통부와 합동으로 불법 영상물 단속을 하고 있다"며 "해당 통계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현황을 공개한 것이며, 홍보나 다른 의도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과기정통부의 홈페이에 공개를 하는 게 맞느냐는 문제는 여러 경로를 통해 있어 왔고, 통계 업로드를 중단하는 등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