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스시즌 로고. /CJ ENM

올해 초 CJ ENM의 품에 안긴 미국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엔데버콘텐트가 사명을 바꾸며 수익성 제고에 시동을 걸었다. ‘오버페이 인수합병(M&A)’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CJ ENM에 따르면 엔데버콘텐트의 새 사명은 피프스시즌(FIFTH SEASON)이다. 중의학에서 늦여름을 연중 가장 풍요로운 다섯 번째 계절로 칭한 데서 따온 것으로, 보다 풍성하고 신선한 콘텐츠를 전 세계에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

피프스시즌은 유럽과 남미 등 세계 19개국에 거점을 두고 있다. 기획부터 제작, 유통까지 콘텐츠 제작 전 과정을 아우르는 자체 프로덕션 시스템이 장점으로 꼽힌다. 연간 30편 이상의 영화 및 드라마를 공급하고 있고, 내년에만 10억달러(약 1조3790억원)가 넘는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영화 ‘라라랜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드라마 ‘킬링 이브’ ‘파친코’ 등 흥행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콘텐츠의 제작, 유통, 배급에 참여해 유명세를 떨쳤다. 현재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14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세브란스: 단절’과 제이슨 모모아 주연의 ‘씨: 어둠의 나날’ 등 드라마를 제작해 애플TV+에 제공 중이다.

CJ ENM은 피프스시즌을 글로벌 전진기지로 삼아 미국 현지에서 자사 콘텐츠를 제작·유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약 9300억원을 지불하고 인수했다. 창사 이래 최대 ‘빅딜’이었다. 당시 강호성 CJ ENM 대표는 “엔데버콘텐트의 합류가 글로벌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외신의 반응도 뜨거웠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CJ ENM이 엔데버콘텐트 인수를 통해 글로벌 시장과 콘텐츠 유통 채널에서의 존재감을 확고히 할 전망이다”라고 전했고, 미 유명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CJ ENM이 엔데버콘텐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콘텐츠 사업의 강자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피프스시즌의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2분기 매출은 2246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91%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이 62억원 발생했다. CJ ENM의 실적도 지난해보다 부진했다. 영업이익이 556억원이었지만 순손익은 250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더 큰 문제는 CJ ENM의 주가다. 피프스시즌 인수를 공시한 지난해 11월 19일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17만~18만원대에서 최근 10만원 아래까지 떨어졌다. 지난 8일 종가 기준 CJ ENM 주가는 9만1000원, 시가총액은 1조9956억원이다.

벤 스틸러 감독, 아담 스콧, 패트리샤 아퀘트 주연 드라마 '세브란스: 단절'의 포스터. /피프스시즌

CJ ENM 측은 하반기 작품 공급이 늘어나는대로 피프스시즌의 손익이 개선될 것이란 입장이다. 매출은 작품 공급 이후에 잡히는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시기를 늦춘 작품이 많아 영향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CJ ENM은 하반기 중으로 피프스시즌을 통해 드라마 7편을 제작, 올해 총 13~15편의 콘텐츠를 공급할 예정이다. 박천규 CJ ENM 최고재무책임자(CFO)도 2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엔데버콘텐트 인수에 따른 기업인수가격배분(PPA) 상각비는 반기마다 반영되고 있고, 올해 상반기에는 총 34억원이 상각됐다”면서도 “엔데버콘텐트가 본격적인 콘텐츠 제작 및 유통에 나선다면 상각비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만큼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CJ ENM은 피프스시즌 인수 당시 4700억원에 달하는 영업권의 PPA 상각비를 떠안았다.

업계는 피프스시즌이 시즌제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통상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은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에 제작비와 마진 15~20%를 더한 금액을 지불하지만, 시즌제 콘텐츠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제작비가 증가하는 구조로 이윤도 이에 비례해 늘어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피프스시즌은 2분기 매출을 늘리며 전 분기 대비 적자폭을 줄였다”며 “제작 중인 작품들이 흥행하고, 기존보다 높은 가격에 이들을 판매하기까지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실적은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피프스시즌은 1분기 매출 1171억원과 영업손실 178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