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클린룸./ 삼성전자 제공

반도체 업계의 투자 경쟁이 장비에서 인력 확보로 옮겨지고 있다. 반도체는 생산 시설이 경쟁력을 결정하는 대표적인 장치 산업이지만, 이를 운용하고 관리하는 데에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하반기 대규모 채용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인력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8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2022년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했다. 회로 설계, 시스템 설계, 시스템 평가 및 분석, 공정 설계, 패키지 개발 등 다양한 직군에서 사람을 뽑는다. 삼성전자의 경우 구체적인 채용 규모가 공개되진 않았으나, 세 자릿수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지난달부터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SK하이닉스도 예년과 비슷한 세 자릿수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모집 직군은 설계, 소자, 연구개발(R&D) 공정, 품질 보증 등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석·박사급 인력 채용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8월 서울대, 카이스트, 연세대, 성균관대, 포항공대 등 5개 대학의 석·박사 재학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T&C(테크앤드커리어) 포럼을 열었다. T&C 포럼은 그간 외국대학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범위를 국내 대학으로 넓혔다. 그만큼 인력 구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 청주 반도체 생산시설 단지 예상도./ SK하이닉스 제공

반도체 시황이 좋지 않은데도, 채용을 늘리는 건 기본적으로 사람이 반도체 기술의 핵심이어서다. 슈퍼사이클(호황)과 다운사이클(불황)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업황이 좋지 않다고 인력 확보를 게을리하면 정작 호황일 때 대응이 늦어지는 불상사를 겪게 된다. 특히 지금과 같이 초미세공정이 중요한 때에는 더욱 더 우수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다.

해외 반도체 기업도 국적을 가리지 않는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대만 TSMC는 이달부터 대만 주요 16개 대학을 대상으로 석·박사급 인재 채용 박람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1500명의 석·박사 인원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마이크론은 자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서울에서 근무할 시니어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 공고를 올리는 등 역시 인재 채용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나노 공정 등 초미세 공정은 기술적 난도 때문에 현재 국내 학교 실험실 수준에선 학생이 제대로 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라며 "삼성전자 등 기업이 직접 인재를 현장에 데려가 공부시키며 육성해야 한다"라고 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한 석·박사 인력 충원은 물론 늘어나는 공장 내 생산기술을 유지해야 한다"라며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우수 인력 확보는 필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