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이동통신(5G) 특화망(이음5G)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인 카카오가 망 구축 장소로 고객사 공장, 물류센터 등을 검토 중이다. 신사옥 ‘아지트’는 임대 건물인 만큼 네이버의 신사옥 ‘1784′처럼 신기술을 적용하기엔 효율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현재 계열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인공지능(AI) 기반 물류 플랫폼 ‘카카오 아이 라스(Kakao i LaaS)’를 이용하는 고객사 공장, 물류센터를 대상으로 이음5G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이르면 이달 중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이음5G용 ‘회선설비 보유 무선사업 기간통신사업자 등록’ 신청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카카오는 먼저 해당 신청서에 대한 과기정통부의 승인을 받고 다음 절차인 주파수 할당을 신청할 계획이다.
카카오가 최근 입주한 아지트는 후보에서 제외됐다. 1784를 이음5G 테스트베드(시험대)로 사용 중인 네이버와 다른 행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회사 명의의 사옥도 아닌데 굳이 투자할 필요는 없다고 봤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네이버가 이음5G를 바탕으로 로봇 친화형 건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관련 특허 출원만 230건가량을 낸 건 1784가 회사 소유였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카카오는 사옥을 위한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거듭 고배를 마시다가 지난 2020년 4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10년 임대차 계약을 맺고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인근 ‘알파돔시티’ 6-1 블록에 둥지를 틀었다.
이음5G를 계열사가 아닌 고객사에 서비스한다는 점에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와 비슷한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클라우드, LG CNS, SK네트웍스서비스에 이어 네 번째로 기간통신사업자 허가를 받은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는 이음5G 주파수를 이대목동병원 내 지능형 의료서비스에 활용하기로 했다. 3D 모델링과 AI를 활용해 수술 증강현실(AR) 가이드를 제공하고, 수술실과 의사들의 실시간 비대면 협진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네이버클라우드와 LG CNS, SK네트웍스서비스는 각각 1784, LG이노텍 구미 2공장, 센트랄 창원 공장에 이음5G를 구축했다. 5호 사업자인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인천 데이터센터(IDC)에 이음5G를 구축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앞으로 hy, 중앙일보, 이지스자산운용, 이지스투자파트너스 등과 이음5G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올초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면서 이들과 시스템통합(SI) 계약을 체결했다. hy는 지난해 3월 유통전문기업을 향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물류를 결합한 신규 사업 모델을 발표한 바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전략적 물류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통해 카카오 아이 라스의 비공개 베타 서비스에도 참여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인천 쿠팡 물류센터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지스투자파트너스는 올해 육류도매업체 OK미트 인수를 계기로 ‘콜드체인’ 시장에 추가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콜드체인은 신선식품을 최종 소비지까지 저장·운송하는 과정에서 온도를 저온으로 유지, 신선도와 품질을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이음5G는 특정 구역(토지·건물)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주파수(4.7㎓, 28㎓)를 할당받아 만드는 5G 통신망을 말한다. 기존 이동통신사업자가 아닌 일반 기업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외에 삼성SDS가 관련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진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