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전기요금이 심상치 않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제한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영국은 오는 10월부터 전기와 가스요금 상한선을 80%나 높이기로 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내년 전기 계약 요금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은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 에너지 문제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유럽은 기후변화와도 싸우는 중이다. 올 여름 유럽을 덮친 전례 없는 폭염이 이르면 2035년 평균적인 여름 날씨가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유럽 대륙의 3분의 2는 현재 기록적인 폭염으로 가뭄이 찾아왔고, 식량과 전력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은 지난 7월 한낮 기온이 처음으로 40도를 뛰어 넘었고,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한 스페인과 포르투갈, 프랑스에서는 더위와 가뭄 탓에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스마트싱스 에너지 서비스를 통해 세탁기 등 가전 제품의 에너지 사용량을 많이 절감할 수 있다. /베를린(독일)=박진우 기자

에너지 가격 상승과 기후변화에 대한 유럽의 걱정은 지난 2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이 지역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2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가전 회사들은 저마다 에너지 효율을 강조하며 어떤 제품이 가장 전기를 덜 소모하는지를 강조했다. 더운 날씨에 땀을 식혀줄 에어컨의 전시도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IFA에서 '에너지효율 1위 가전 브랜드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타냐 웰러 삼성전자 영국법인 생활가전 담당은 "지난 2~3년 사이 디지털 기술 덕분에 집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됐다"라며 "스마트싱스 에너지 서비스를 통해 집안의 가전 제품과 다양한 기기들을 제어, 에너지 절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유럽 에너지 규격 기준 최고 등급보다 전력 사용량이 10% 적은 고효율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을 유럽시장에 이달 도입할 계획이다. 신제품은 기기 연결 통합 플랫폼 '스마트싱스'의 에너지 서비스를 지원한다.

IFA 2022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도슨트 직원이 관람객에 스마트싱스 앱을 통한 에너지 사용 절감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베를린(독일)=박진우 기자

스마트싱스 에너지의 'AI(인공지능) 절약 모드'로 가전을 작동하면 세탁기와 건조기는 각각 최대 70%와 20%(실사용 기준) 수준으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 연말까지 냉장고의 에너지 절감율을 최대 30%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스마트싱스 에너지 서비스는 앱에 연동된 여러 가전의 전력 사용량을 쉽게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것을 돕는다. 소비자가 설정한 월간 목표 전기요금이나 목표 전력 사용량(㎾h)에 도달하기 전에 절전모드로 전환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삼성전자는 지구환경 보호를 위한 다각적인 활동도 소개했다. 해양 환경을 보호를 목적으로 미세 플라스틱 배출량을 최대 54%까지 줄이는 파타고니아 협업 세탁기, 태양광·실내 조명·2.4㎓(기가헤르츠) 와이파이 공유기의 신호로 충전되는 친환경 솔라셀 리모컨 확대 및 관련 라이센스 개방을 알렸다. 유럽 시장에서 판매된 냉장고 디지털 인버터 컴프레서, 세탁기·건조기 디지털 인버터 모터의 20년 무상 보증, 폐어망과 PET 병을 재활용한 플라스틱 등의 사례도 강조했다.

LG전자는 IFA 2022에서 기존 에너지효율 A등급 제품보다 에너지를 10% 덜쓰는 2도어 상냉장 하냉동 냉장고를 선보였다. /베를린(독일)=박진우 기자

LG전자는 유럽 시장에서 프리미엄 빌트인 주방가전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비롯해 이 지역에 최적화된 에너지 효율을 갖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주력 제품인 '2도어 상냉장 하냉동 냉장고(국내명: 모던엣지 냉장고)'는 핵심부품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인터버 리니어 컴프레서는 동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적어 일반 컴프레서보다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다. 기존 LG전자 에너지효율 A등급 냉장고와 비교해 연간 소비전력량이 10% 적다.

폐전자기기에서 추출해 만든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한 신개념 테이블형 공기청정기 '퓨리케어 에어로퍼니처'도 눈에 띈다. 최근 1~3인 가구가 늘어나고 침실, 서재 등 다양한 개별 공간에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소비자 생활양식을 고려해 만들어 졌다.

폐전자기기에서 추출해 만든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한 신개념 테이블형 공기청정기 'LG 퓨리케어 에어로퍼니처'. /베를린(독일)=박진우 기자

독일 밀레 역시 최고 등급의 에너지 효율을 자랑하는 'K 4000′ 프리스탠딩 냉장고 등을 IFA 2022에 소개했다. 마르쿠스 밀레 공동회장은 IFA 2022 개막 전 간담회에서 "우리가 사는 지구를 구하는 것은 촌각을 다투는 싸움이다"라며 모든 단계에서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밀레는 이번 IFA 2022에서 환경을 보호하고 소비자의 책임있는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차원이 다른 혁신을 선보이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피터 휘빙거 밀레 스마트홈 사업부 수석 부사장은 "과거에는 에너지 절감 프로그램들이 제한적으로만 사용됐지만 최근 소비자들은 에너지 효율성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사용 패턴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밀레는 다양한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스마트홈 기능을 통해 소비자들이 더욱 친환경적인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