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만든 55인치 크기의 투명 OLED 모습. /LG디스플레이 제공

TV용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이 급락하면서 성장세를 유지했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OLED TV는 경기 침체 우려에도 프리미엄 경쟁력을 앞세워 성장세를 유지했는데, LCD 패널 가격 급락하면서 OLED TV의 체감 가격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TV 출하량은 4517만대로 전 분기 대비 5%, 전년 동기와 비교해 6.8% 줄었다. 2분기 출하량이 4600만대 아래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과 미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면서 TV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TV 수요 감소에 전체 TV 출하량의 96%를 차지하는 LCD 패널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TV용 LCD 패널 가격이 이달 초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다음 달에도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올해 4분기에도 L자형 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공급 과잉과 줄어든 수요에 과잉 재고까지 겹치면서 TV용 LCD 패널 가격은 역대 최저가에 도달했다.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구조 비교 모습. OLED는 백라이트가 있는 LCD 대비 더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TV용 LCD 패널 가격은 제조 원가에도 못 미치는 상태다. 65인치 4K(3840x2160) LCD 패널의 이달 평균 가격은 109달러(약 14만6700원)로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해 7월 288달러(약 38만7600원) 대비 62% 급락했다. 75인치 평균 가격도 218달러(약 29만3400원)를 보이면서 지난해 7월 410달러(약 55만1900원)와 비교해 47% 하락했다. 트렌드포스는 보고서에서 “75인치 미만 모든 크기의 LCD 패널 가격이 제조 원가 아래로 내려갔다”라며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됐다”라고 했다.

LCD 가격이 급락하면서 같은 크기의 OLED 패널과의 가격 차이는 벌어지고 있다. 55인치 4K 해상도 LCD와 OLED 패널 평균 가격은 올해 2분기 4.8배가 됐다. 지난해 2분기 1.8배와 비교해 가격 차이가 2배 넘게 벌어진 것이다. 이는 OLED TV 보급이 시작된 지난 2014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LCD 패널 가격이 하락하면서 OLED TV 보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TV용 OLED 패널 시장을 주도하는 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 OLED 보급화를 위해 생산량을 늘려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진행했다. 그런데 LCD 가격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OLED 패널 보급화 전략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삼성전자 QD-OLED TV. /삼성전자 제공

TV 시장 1위 삼성전자가 OLED TV 출시를 망설이는 것도 LCD 패널 가격 하락과 연관이 있다. 판매량을 늘려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LCD 패널 가격이 하락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상황에서 비싼 가격의 OLED 패널을 사용할 필요성이 사라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LCD 패널 가격이 하락한다고 당장 TV 가격이 내려가는 건 아니다”라며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LCD 패널 가격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굳이 OLED 패널 도입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라고 했다.

올해 OLED TV 출하량은 800만대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OLED TV 출하량 최근 하향 조정한 상태다. 올해 초 트렌드포스는 올해 OLED TV 출하량을 846만대로 예상했는데, 지난 4월 전망치를 779만대로 한차례 낮췄고, 지난달 말 또다시 723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전년 대비 OLED TV 연간 출하량 성장률은 올해 27%에서 17%를 거쳐 7.8%로 낮아진 상태다.

트렌드포스는 “경기 침체 우려로 전 세계 TV 수요가 급감하고 있지만 OLED TV는 그래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라며 “OLED TV 시장 점유율은 LG전자 58%, 소니 20%를 유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출시를 1년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