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 생산량 확대에 애를 먹고 있다. 마이크로 LED TV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이슈 영향으로 공장 증설 계획까지 연기됐다.
24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 세계 마이크로 LED TV 분기별 출하량은 올해 말까지 1000대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옴디아는 분기마다 TV 출하량을 1000대 단위로 집계하는데, 마이크로 LED TV의 분기 출하량 전망치를 올해 4분기까지 '0′으로 예상한 것이다. 분기 최대 999대의 마이크로 LED TV가 출하된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최대 출하량은 4000대가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옴디아는 마이크로 LED TV 분기 출하량이 내년 1분기가 돼서야 처음으로 1000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옴디아가 예상하는 내년 마이크로 LED TV 연간 출하량은 5000대 정도다. 이는 전체 TV 출하량(2억1200만대·트렌드포스 올해 전망치)의 0.002%에 해당하는 숫자다.
옴디아는 삼성전자가 마이크로 LED TV 생산량 확대 계획을 연기하면서 시장 전망이 예상보다 하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북유럽 슬로바키아 마이크로 LED TV 공장 증축을 올해 3월 완료, 5월부터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디바이스 경험)부문장 부회장은 지난 1월 열린 CES2022에서 "지난해 말 완성한 멕시코 공장과 올해 3월 말 완공될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마이크로 LED 생산이 본격화하면 모든 제품을 쉽게 볼 수 있고 살 수 있을 것이다"라며 "마이크로 LED 생산량이 올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계획했던 슬로바키아 공장 증설 계획이 연기되면서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LED TV 생산량을 늘리지 못하고 이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 공급망 이슈에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TV 수요 감소가 겹치면서 멕시코 공장의 마이크로 LED TV 생산량도 그대로다.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TV 생산량이 올해 말까지 변화가 없을 수 있다는 의미다.
마이크로 LED TV는 개별 소자가 빛과 색을 함께 내면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1대당 1억원이 넘는 비싼 가격이 성장성을 막고 있다. 삼성전자는 생산량을 늘려 가격을 낮춘다는 계획이지만 당분간은 현재와 같은 생산량이 유지되면서 가격 하락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업계는 올해 출시 예정인 89인치 마이크로 LED TV 가격이 8만달러(약 1억700만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지난해 출시된 110인치 마이크로 LED TV의 가격은 여전히 10만달러(약 1억3400만원)에 머물고 있다. 같은 크기의 액정표시장치(LCD) TV 대비 4~5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대비 2~3배 비싼 가격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마이크로 LED 생산량을 늘리면서 내년부터 가격이 최대 40%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여전히 일반 소비자들이 구입하기에는 가격대가 높아 보급화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