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전자전시회 'IFA 2022′에 퀀텀닷(QD)-유기발광다이오(OLED) TV를 전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IFA는 독일 베를린에서 오는 2일(현지시각) 개막하는 세계 3대 전자·IT 박람회다. 유럽은 글로벌 OLED TV 최대 시장인데, 삼성전자는 그간 판매 언급을 피하는 등 QD-OLED TV에 관련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총참관객 24만명, 전 세계 150여개 업체가 참가하는 이번 IFA에 신제품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24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판매된 OLED TV 중 유럽 비중은 44.5%로 나타났다. 중국과 함께 세계 최대 TV 시장으로 꼽히는 북미 지역에서 OLED TV 판매 비율은 23.5%로 집계됐다. 이어 아시아&오세아니아(중국 제외)가 10.7%, 일본 10.3% 순이었다. 중국 5.4%, 중동·중남미, 중동·아프리카는 각각 3.1%, 2.6%로 조사됐다.
유럽은 OLED TV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시장 1위 LG전자뿐 아니라,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각각 OLED 패널을 공급 받는 일본 소니, 중국 TV 제조사들도 유럽에서 OLED TV 판매량을 늘리려고 한다.
올해 IFA에서도 TV 분야 가장 큰 관심사는 OLED TV다. LG전자, 일본 소니, 도시바, 파나소닉, 샤프, 유럽 필립스, 뱅앤올룹슨, 중국 스카이워스, 콩가, 창홍 등 어림잡아 20여개 업체들이 OLED TV를 현장에서 소개한다. OLED TV는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 소자를 채용해 명암비와 색재현력, 주사율, 해상도 등 영상 품질이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에 비해 월등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역시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한 QD-OLED TV를 유럽에서 판매 중이다. 지난 3월 사전 판매를 시작으로 4월부터 순차 출고했다. 사전 판매는 독일, 영국, 프랑스 등 8개국에서만 이뤄졌으나, 정식 판매 이후에는 유럽 20개국으로 판매 지역도 확대했다.
삼성 QD-OLED TV도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올해 2분기 삼성 QD-OLED TV 판매(옴디아)의 50.1%가 유럽 지역이다. 북미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판매됐으나, 유럽보다 판매 시기가 다소 앞선 점을 고려하면 유럽을 최대 시장으로 봐도 무리는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IFA가 열리는 독일 베를린 등지에서 현지 판매 대리점을 통해 QD-OLED TV를 전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15년 넘게 글로벌 TV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가 해당 제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행사장 밖 대리점엔 QD-OLED TV를 전시하고, 행사장 안에는 QD-OLED TV 전시를 하지 않는 모순적인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TV 수요 둔화에 TV 제조사들은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가 고화질, 대형 TV의 판매 비중을 높이려는 시도도 이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는 TV 시장에서 점유율(판매금액) 31.5%를 기록했는데, 2500달러 이상 고급 TV로 눈을 돌리면 53.6%로 점유율이 치솟는다. QD-OLED TV는 동급 크기의 LCD TV와 비교해 가격이 3배 정도 비싸다. 고급화, 수익성 위주 전략에 적합한 제품인 셈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QD-OLED TV 홍보를 꺼린다. 마케팅에도 소극적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QD-OLED 패널 수량이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보인다.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가 높아질 경우 브랜드 신뢰도가 하락하고 소비자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경쟁 제품인 LG전자나, 소니 등으로 소비자 일부가 이탈할 가능성도 크다. 여기에 OLED TV 시장에서 주력 제품인 70인치 이상 대형 제품이 QD-OLED TV 제품 라인업에 없는 이유도 한계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일부에서 재고가 부족하다는 불만이 다소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라며 "크기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도 삼성 QD-OLED TV의 약점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