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영상콘텐츠 세제 지원제도 개선방향'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변지희 기자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율을 현행보다 최소 2배 이상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정부는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대상을 방송, 영화에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까지 확대하면서도, 공제율은 기존과 같은 비율로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미국 등 해외와 비교했을 때 공제율이 턱없이 낮기 때문에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영상콘텐츠 세제지원 제도 개선 방향 세미나'에서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국내 콘텐츠 기업 62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희망 세액공제율이 대기업 10%, 중견기업 22.5%, 중소기업 23.8%로 나왔다"고 밝혔다. 현재는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다. 응답 기업의 81.3%는 현재 제작비 세액공제 비율이 적정하지 않다고 답변했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그는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캐나다 등 해외 사례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제작비 2664억원을 지출한 '완다비전'의 경우 25%의 세액공제를 받아 666억원을 절감했다"며 "완다비전이 국내에서 만들어졌다면 80억원을 공제받는데 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세액공제율은 미국 25~35%, 캐나다 30%, 프랑스 30%, 호주 16~40%에 이른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송대찬 테이크영화사 대표도 "영화 '설국열차'를 촬영할 때 체코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수백억원의 제작비를 들였는데, 체코에서도 기본으로 25~30%의 세금을 감면해준다. 체코 인력을 채용하면 이보다 더 깎아준다"며 "국내에서 제작하면 이런 혜택을 거의 못 받는다"라고 했다. 높은 공제율을 보장해야 투자도 크게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에서는 세액공제뿐 아니라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지원 정책도 펴고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에서는 지출 내역의 35%를 환급해주고 있으며, 호주에서도 호주 내에서 발생한 제작비용에 대해 장편은 40%, 단편은 20%까지 지원해준다. 프랑스는 20~30%의 법인세를 감면해주되 상한선을 두고 있는데, 감면세액이 세액보다 많아지면 차액을 현금으로 돌려준다.

제작자뿐 아니라 투자자에 대한 세액공제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연성 위매드 대표는 "콘텐츠 제작 업계에선 기업 자체에 대한 투자보다는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는 상황이다"라며 "현실적인 세액공제 제도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현행 세액공제 제도는 3년마다 일몰되는 구조인데, 이를 상시 제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대표는 "콘텐츠 하나를 제작하는데 3~4년이 걸린다"며 "그사이 제도가 사라져버릴 가능성이 있다면 누가 위험을 부담하겠나"라고 했다.

김 교수는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7%, 중견기업 13%, 중소기업 18% 으로 상향 조정했을 때 추정되는 4년간 경제 효과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생산유발효과는 방송 1조790억원, 영화 3842억원, OTT 2835억원에 달한다.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방송 4302억원, 영화 1532억원, OTT 1130억원으로 집계됐다. 취업유발효과는 방송 5772명, 영화 2037명, OTT 1503명으로 집계됐다.

백승일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사무처장은 "방송영상컨텐츠 제작비 세액공제율이 확대되면 제작사들의 투자 여력 확대돼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선진국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폭 상향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