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도 한싹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구로동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소연 기자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클라우드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망연계 보안 솔루션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이는 특정 기업이나 기관 내 보안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집중호우 등 재난 대응 시스템 구축에도 필수적인 기술이다."

한싹은 1992년 설립된 망연계 보안기업으로 금융권, 방산, 통신사, 병원, 학교 등 800여곳에 망연계 보안 솔루션을 납품하고 있다. 공공 분야와 금융권 등 다수 기업은 인터넷 연결이 차단돼 회사 업무만 할 수 있는 '폐쇄망'과 '인터넷망'이라는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독립적으로 분리된 환경에서 직원이 업무를 하게 한다. 외부 해커 침입으로부터 내부 전산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분리하는 것이다. 회사에 있는 특정 PC로는 인터넷 접속이 안 되고 사내 업무만 볼 수 있으며, 별도 노트북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검색 기능을 사용하고 외부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인 예다.

이렇듯 망이 분리된 환경에서도 필요할 때 데이터를 안전하게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바로 망연계다. 이 기술은 외부에서 내부망 자료를 봐야 하거나 내부에서 외부망을 통해 문서를 다운로드 받을 때 안전하게 자료를 전송할 수 있게 돕는다. 단일 조직 내부에서도 망연계가 사용되지만, 침수 피해 방지를 위한 재난 대응 시스템 구축 시 서로 다른 망을 사용하는 경찰이나 소방 등이 망 간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게 할 때 정부가 사용하기도 한다. 조달청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기준 망연계 시장 규모는 매년 평균 45%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싹은 지난해 코스닥시장 상장 주관사로 KB증권을 선정하고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상장을 준비 중이다. 상장을 앞두고 지난달엔 우수 인재 확보 차원에서 신입사원을 포함한 전 직원에게 31억원 규모 자사주를 무상출연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서울 구로동 사무실에서 이주도 한싹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과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프리랜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활동하다가 1992년 한싹을 설립했다.

ㅡ 최근 보안업계 현황이 궁금하다.

"최근 정보기술(IT)이 빠르게 발달하고 해킹 수법이 지능화되면서 기업과 정부가 보안 대응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과거엔 단순 과시를 목적으로 해킹하던 이들이 랩서스 등 조직적인 범죄집단으로 발전해 금전 탈취 및 정치, 산업적인 목적으로 국가 및 산업 기밀을 유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과거 단순 백신과 관제 서비스, 내부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문서 보안 정도에 머물렀던 업계도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기술 등의 등장으로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보안을 고도화하게 됐다. 특히 공공기관도 클라우드를 도입하면서 민간뿐 아니라 정부의 주요 정보까지도 내부망을 넘어서 외부 클라우드를 통해 보관되면서 보안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ㅡ 특히 망연계 보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랜섬웨어 등 해킹 공격이 증가하고, 또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등이 활성화되면서 회사 밖에서도 직원들이 내부 네트워크가 아닌 외부 네트워크로도 일을 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이메일이나 피싱 웹사이트 등을 통해 악성코드를 발송해 내부 네트워크에 해커가 침입하는 일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또 재택근무로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해 업무를 하는 경우도 많아지지 않았나. 그래서 더더욱 외부로부터의 내부망을 보호하기 위해 망을 분리하고, 또 필요하면 망 간 데이터 전송을 안전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국가, 공공기관의 망분리는 2010년부터 의무화됐으며 당시엔 금융권, 국방, 방산 등의 사업을 주로 수주했다. 2018년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제도가 확대되면서 통신사, 제조업, 병원, 학교 등으로 범위를 넓혔으며, 코로나19 이후로는 재택근무 확산과 그에 따른 클라우드 사용 확대로 더욱 다양한 기업들에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ㅡ 특히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의 기회가 늘고 있다고 들었다.

"최근 공공기관에 클라우드와 개방형 운영체제(OS) 도입이 확대되면서 망분리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망연계에 대한 니즈도 커지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2월 행정효율을 위해 정부 기관에 업무용 노트북 PC인 '온북'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는데, 이 PC를 통해선 공무원들도 사무실을 떠나 언제 어디서든 업무시스템에 접속해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신사업 역시 기본은 내부망과 외부망 분리이기 때문에 망연계 솔루션에 대한 니즈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둔치주차장 침수위험 알림 시스템 망연계 구성안. /한싹 제공

ㅡ 최근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가 컸다. 이러한 재난 대응 시스템 구축에도 망연계 솔루션이 사용되는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태풍과 집중호우 등 재난에 정부가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 때문에 행정안전부는 지난해부터 사물인터넷(IoT)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스마트 재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때 IoT 기기를 통해 수집되는 외부 데이터를 행정망으로 안전하게 전송하고 보호하기 위해 망연계 솔루션이 도입된다.

예컨대 둔치주차장에 주차한 차량은 폭우 때 침수의 위험이 있다. 과거에는 담당 공무원이 둔치주차장에 직접 나가 차량 소유주가 남긴 연락처를 확인한 뒤 일일이 전화해 차량을 이동하라고 요청해야 했으나 이젠 폐쇄회로(CC)TV로 주차 및 침수 상황을 상황실에서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대피 문자를 전산망에 등록된 차량 소유자에게 보낼 수 있게 올해 말까지 전국 주차장 180개소에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폭우 때 둔치 주차장의 차량번호 인식기와 차단기, CCTV, 문자 전광판 등 현장 장비 시스템의 외부망 데이터를 시군구 지자체 행정망의 재난상황실로 안전하게 전송할 때 망연계 솔루션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한싹은 구리시, 고양시 등 지자체에서 발주한 둔치주차장 사업의 약 70%를 수주했다."

ㅡ 회사의 주요 보안 솔루션을 소개해달라.

"망연계 보안 솔루션으로는 분리된 망 환경의 보안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시큐어게이트'가 있다. 분리된 망 환경에서 안전한 자료 교환과 서비스 연계를 제공하는 솔루션으로 자체 개발된 프로토콜 암호화 과정을 통해 전 구간 암호화된 연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로 다른 망 간에 전송하는 데이터를 암호화하면 중간에 해커가 이 데이터를 보게 돼도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게 만들 수 있다. 그 외에도 서버·네트워크·CCTV 등 기기의 패스워드 통합 관리 솔루션인 '패스가드', 데이터 암호화를 통해 전자팩스 정보유출을 방지하는 '오피스게이트' 등이 있다."

ㅡ 앞으로의 목표는.

"우선 2023년 하반기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래 올해를 목표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을 반영해 내년 하반기로 이를 연기했다. 상장을 통해 외부 자금을 유치해 클라우드와 AI 보안기술 연구개발 투자에 집중하는 등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최근 보안업계에서는 전례 없이 31억원 규모의 회사주식을 전 직원에게 무상출연했다. 10여명의 신입사원까지 모두 골고루 회사 주식을 받았는데, 최근 IT업계로 보안 인력이 유출되는 등 어려움 속에서도 직원들을 안고 가기 위한 선택이었다. 앞으로도 인력 확보에 집중하며 상장을 준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