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팹16. /TSMC 제공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대만 TSMC가 올 하반기 20㎚(나노미터) 이상 공정 반도체 칩 가격을 동결하기로 했다. 경기 침체로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력반도체(PMIC) 등 소비자용 반도체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반도체 겨울이 메모리반도체에서 파운드리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전자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TSMC는 TV, 생활가전, 스마트폰, 자동차 등에 사용하는 MCU와 PMIC 등 소비자용 반도체 수요 감소로 이들 반도체 칩 가격을 소폭 낮추거나 동결할 계획이다. 동시에 7㎚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는 애초 하반기에 가격을 6~7% 높이려고 했던 기존 계획을 수정해 가격을 동결할 방침이다.

대만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지난 3일 “TSMC를 포함한 대만에 기반을 둔 파운드리 업체들이 MCU와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소비자용 정보기술(IT) 기기 주문 감소로 올해 하반기 파운드리 칩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라며 “고객사 재고가 늘어난 게 칩 가격 동결의 가장 큰 이유다”라고 했다.

12인치 웨이퍼. /TSMC 제공

TSMC는 지난해부터 파운드리 칩 가격을 공격적으로 올려 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더해지면서 반도체 원재료 가격이 급격히 뛰었기 때문이다. 실제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가스를 생산하는 일본 쇼와덴코은 올해 상반기 가스 가격을 20% 올렸고, 신에쓰폴리머도 웨이퍼(반도체 원판) 운반 용기 가격도 10% 이상 인상했다.

이에 따라 TSMC는 지난해 8월 칩 가격을 최근 10년간 가장 큰 폭인 최대 20% 올렸다. 또 올해 하반기에는 8인치(200㎜) 공정과 미세공정 공정 칩 가격을 각각 10~20%, 6~7% 올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내년에도 전체 파운드리 칩 가격을 6~20%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일부 고객사에 통보했다.

그런 TSMC가 가격 인상을 철회한 이유로는 주요 고객사인 애플, 엔비디아, 퀄컴, AMD 등이 IT 기기 수요 저하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칩 인상에 대비해 상반기 주문량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영국 IT 전문매체 더레지스터는 지난달 25일 “TSMC의 가격 인상을 우려한 주요 고객사들이 올해 2분기 주문량을 늘리면서 TSMC가 기록적인 매출과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라며 “고객사의 재고 수준이 평균 1~2주 늘어났다”라고 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임원들이 화성캠퍼스에서 3나노 웨이퍼를 들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재고 고객사가 보유하고 있는 칩 재고 수량이 늘어나면 주문량은 반대로 줄어들게 마련이다. TSMC로서는 가격을 조정해서라도 주문량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디지타임즈는 “TSMC는 올해 2분기 기록적인 실적을 기록한 상황에서도 고객사의 과도한 재고 비축이 불러올 시장 조정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했다.

업계 2위 삼성전자는 당분간 파운드리 가격을 조정할 계획이 없다.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28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는 견조한 수요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향후 중장기 시장, 글로벌 거래 수요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대응하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