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업계 최고층 238단 낸드플래시 신제품을 선보였다. 앞서 지난달 27일 미국 마이크론은 232단 낸드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중국 YMTC(양쯔메모리)는 지난 6월 192단 낸드 시제품을 고객사에 전달했다고 한다.

시장 점유율 1위 삼성전자가 176단 낸드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하위 업체들이 초고적층 기술 개발에 연달아 성공하면서 삼성전자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1위 자리가 위태롭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적층(쌓기)은 데이터 저장 공간인 셀(Cell)을 쌓아 올려 흔히 건물의 층수를 높이는 일에 비유된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층수가 높을수록 같은 면적으로 고용량을 구현할 수 있는데, 이를 건물 층수를 높여 사무 공간을 확보하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다만 층수를 올리는 만큼 셀 영역 높이도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낮추거나 기존 제품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등이 있다. /삼성전자 제공

적층 기술은 삼성전자가 2013년 최초로 고안해 낸 '초격차' 기술이다. 당시 24단 1세대 3차원(3D) V(세로·vertical)낸드를 발표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100단 이상 6세대까지는 삼성전자가 항상 세계 최초 자리를 도맡았다. 그러나 2019년 SK하이닉스가 128단에 먼저 도달했고, 176단은 마이크론이 달성하면서 삼성전자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현재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양산을 시작한 176단 7세대 낸드를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다.

잇따라 적층 경쟁에서 추월당한 삼성전자지만, 업계 최고층인 256단 낸드 양산이 언제든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더블스택'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 기술마저도 마이크론이 최근 232단 낸드를 선보이면서 단독 보유가 아닌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더블스택이란 반도체 회로에 전류가 흐르는 통로를 두 개 뚫고, 싱글스택으로 적층 작업을 마친 낸드 두 개를 이어 붙이는 기술이다. 싱글스택으로 쌓아올릴 수 있는 낸드 층수가 높으면 더블스택으로 구현하는 낸드의 층수도 높아지는 식이다.

미국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232단 낸드플래시 설명 자료. /마이크론 제공

업계는 100단 이상의 낸드를 싱글스택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고 봤다. 그 이유로 200단 이상도 삼성전자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송재혁 삼성전자 플래시 개발실장 부사장은 지난해 회사 뉴스룸 기고문에서 "삼성전자는 이미 200단이 넘는 8세대 V낸드 동작 칩을 확보한 상황이다"라며 "시장 상황과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적기에 제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했다. 송 부사장은 이어 "삼성전자는 한 번에 100단 이상을 쌓고 10억개가 넘는 구멍을 뚫을 수 있는 '싱글스택 에칭' 기술력을 가진 유일한 기업이다"라며 "1000단 이상을 바라보고 있는 V낸드의 시대에도 삼성전자는 혁신적인 기술력을 기반으로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삼성전자가 유지해오던 초격차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200단 이상 낸드 양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고 있지 않은 가운데, 3위 SK하이닉스와 5위 마이크론이 200단의 고지를 넘었고, YMTC 등이 관련 기술력 높여가고 있어서다. 2위 키옥시아와 4위 웨스턴디지털도 200단 이상 초고적층 낸드 양산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메모리반도체 기업이지만, 공정 난도가 올라가면서 경쟁사 간 기술 격차가 예전에 비해 많이 좁아진 것도 사실이다"라고 했다.

낸드 시장 점유율은 지난 1분기 매출 기준 삼성전자가 35.3%로 1위, 2위 키옥시아는 18.9%,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는 18%로 3위, 웨스턴디지털(12.5%), 마이크론(10.9%)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