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윤 공동성명(네이버 노조) 지회장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5개 계열사 엔테크서비스(NTS), 엔아이티서비스(NIT), 컴파트너스, 그린웹서비스, 인컴즈의 쟁의행위를 본격화한다고 밝히고 있다. /박수현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 소속 네이버지회(네이버 노조 공동성명)가 올해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5개 계열사의 쟁의행위를 시작했다. 노조는 이들 계열사의 임금 인상 및 복지 개선만 이뤄진다면 사측이 제시하는 방식을 모두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네이버는 각 계열사의 독립경영 체제를 근거로 불수용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종국엔 파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위기감도 나온다.

오세윤 공동성명 지회장은 지난 26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엔테크서비스(NTS), 엔아이티서비스(NIT), 컴파트너스, 그린웹서비스, 인컴즈 등 5곳의 쟁의행위를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오 지회장은 "쟁의행위 시작을 알리는 공지 게시물에 댓글을 달거나, 노조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을 팔로우하는 등 '착한 맛' 단체행동을 진행 중이다"라며 "조합원들은 공지 게시물이 올라오자 5시간 만에 200개의 댓글을 다는 등 '퀘스트' 달성에 필요한 조건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쟁의행위에 게임 요소를 접목해 '이루기 위해 즐기는 투쟁'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쟁의행위를 수위에 따라 '착한 맛' '순한 맛' '보통 맛' '매운 맛' '아주 매운 맛'으로 나눴다. 각각의 맛에 해당하는 쟁의행위는 게임 속 캐릭터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임무인 퀘스트로 명명했다. 오 지회장은 "앞으로 온라인 집회, 오프라인 집회, 부분파업, 전체파업까지 수위를 높여가면서 사측과 대화 시도를 이어갈 예정이다"라며 "끝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사측이 계속 묵묵부답으로 나오면 우리로서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했다.

공동성명은 NTS·NIT·컴파트너스·그린웹서비스·인컴즈 등 네이버 5개 계열사의 쟁위행위에 게임 요소를 접목, '이루기 위해 즐기는 투쟁'을 펼쳐 나간다는 계획이다. /공동성명

오 지회장에 따르면 네이버는 간담회, 기자회견 개최 등 최근 노조의 행보에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 지회장은 "5개 계열사에 지급하는 용역비 외에는 더 줄 게 없다는 게 사측의 입장이다"라며 "바로 이 점이 사내하청 구조의 문제점이다. 이 구조는 사측이 자회사에 책임을 떠넘기기 수월하게 만든다"라고 했다.

NTS·NIT·컴파트너스·그린웹서비스·인컴즈 등은 네이버가 지난 2009년 3월 설립한 네이버아이앤에스(I&S)의 계열사다. 네이버가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전까지 직접 맡았던 업무들을 대신하고 있다. 네이버 서비스 전반의 고객 문의 응대, 광고주 문의 응대부터 콘텐츠 모니터링(유해 게시물 관리), 소프트웨어 백엔드/프론트엔드 개발, UI/UX 디자인, 서버 운영, 24시간 장애 관제, 보안 분석까지의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오 지회장은 "네이버는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사내 부서를 둘 수 있음에도, 계열사를 두고 용역 계약을 맺는 사내하청 구조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네이버I&S와 얘기하면 '네이버로부터 돈을 받고 있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답이 돌아오고, 네이버에 얘기하면 '네이버I&S와 해결하라'는 답이 돌아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5개 계열사는 다른 독자적 사업 없이 오로지 네이버를 위해 일하며 수익을 내는 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성과급을 감안하면 본사와 계열사 간 임금 차이는 더 커진다. 본사 직원에게는 3년마다 15일씩 '리프레시' 휴가도 주어지지만, 이는 계열사 직원은 누릴 수 없는 사치다"라고 했다.

노조에 따르면 신입 초임을 기준으로 5개 계열사 중 가장 연봉이 적은 곳은 2500만~2600만원으로, 약 4500만원인 본사와 비교해 2000만원의 차이가 있다. 월 30만원의 개인업무지원비도 5개 계열사에는 지급되지 않는다. 직장 내 괴롭힘 전담 기구 설치, 조직문화 진단 및 리더십 교육 제공도 이 회사들은 대상이 아니다. 노조는 이에 네이버가 지난 4월 본사 임직원과 합의한 임금·단체협약을 바탕으로 계열사 직원 임금 10% 인상, 월 15만원의 개인업무지원비 지급, 직장 내 괴롭힘 전담 기구 설치, 조직문화 진단 및 리더십 교육 제공을 요구 중이다.

오 지회장은 "사측이 유상증자를 하든, 성과급 제도를 손을 보든 구체적인 방법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며 "5개 계열사의 임금이 오르고 복지만 개선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네이버I&S 지분을 100% 갖고 있는 사측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제2사옥 '1784'. /네이버

네이버는 노조 측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5개 계열사는 독립 법인인데다, 네이버가 손자회사와의 교섭에까지 나설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내부에서는 노조가 다른 의도로 5개 계열사의 쟁의행위를 유도하고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노조가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노조가 이들 계열사 처우 개선에 진심이었다면 사측이 본사 임직원과 임금 협상을 할 때 얘기를 꺼냈어야 한다"며 "소통의 순서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오 지회장은 이에 대해 "노조는 원래 통합 교섭을 하려고 했다"며 "법인별 교섭을 원한 건 네이버였다"고 반박했다. 사측이 네이버I&S에 책임을 미루기 위해 따로 교섭을 요구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 지회장은 "계열사 얘기를 꺼내도 사측이 '지금은 본사 교섭 중이다'라며 잘랐기 때문에 대화가 진전이 안 됐다"고 했다.

업계는 양측이 결국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5개 계열사 파업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도 쟁의찬반 투표에 앞서 조합원들에게 파업의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운 공동성명 교육홍보실장은 "서버만 해도 크고 작은 장애는 항상 발생하는데, 이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NIT가 손을 놔버리면 복구 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네이버 주력 사업인 커머스도 인컴즈의 고객센터 없이는 결제 및 환불 문의 대응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조는 정치권에도 중재를 요청할 방침이다. 오 지회장은 "정보기술(IT)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해 정치권이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치권이 (사내하청 구조)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