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본사 모습. /조선DB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232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했다. 176단 낸드플래시를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양산한 데 이어 꿈의 기술로 불리는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앞섰다. ‘메모리 코리아’의 기술 경쟁력이 흔들린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마이크론은 27일 176단 낸드플래시와 비교해 데이터 처리 속도가 50% 빠르면서도 패키징 면적을 28% 줄인 232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의 층수를 단(段)이라 부른다. 176단 낸드플래시는 셀을 176겹으로 쌓아 올렸다는 의미다. 몇 층으로 셀을 쌓을 수 있느냐에 따라 데이터 저장량이 결정된다.

미국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232단 낸드플래시 설명 자료. /마이크론 제공

낸드플래시 적층 기술은 가장 아래 셀과 맨 위층에 있는 셀을 하나의 묶음(구멍 1개)으로 만든 싱글 스택과 하나의 묶음을 두 개로 합친 더블 스택으로 나뉜다. 셀을 묶는 구멍이 적을수록 데이터 손실이 적어 더블 스택보다 싱글 스택이 더 앞선 기술로 평가받는다.

마이크론이 선보인 232단 낸드플래시는 더블 스택 기술을 적용했다.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보유 중인 100단 이상(128단) 낸드플래시 싱글 스택 기술을 마이크론도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마이크론은 칩 주변 회로를 데이터 저장 공간 아래에 배치해 면적을 줄이는 기술도 탑재했다.

마이크론은 232단 낸드플래시가 업계에서 가장 빠른 2.4기가바이트(GB/s)의 입출력(I/O) 속도로 구현한 만큼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고성능 제품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시에 마이크론의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브랜드인 크루셜(Crucial) 일부 제품에 232단 낸드플래시를 탑재하고 있으며, 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추가 SSD 제품은 올해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론 232단 낸드플래시 GIF

한편 176단에 이어 232단 낸드플래시 양산에서도 세계 최초 타이틀을 뺏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여전히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우위에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단수를 높이 쌓는 것보다 효율과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 기술 개발을 마친 만큼 고객사가 요청하면 언제든지 양산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전 세계에서 낸드플래시로 유일하게 수익을 내는 업체인 만큼 단수 경쟁을 넘어 수익성과 시장 상황을 고려한 기술 로드맵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35.5%로 독보적인 1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기업용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같은 기간 57.4%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하반기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 양산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마이크론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176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인수한 인텔 낸드사업부(솔리다임)를 앞세워 기업용 낸드플래시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