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우주문방구가 자사 세계관 창작 플랫폼 '스토리네이션'에 네이버 하이퍼클로바 기반 인공지능(AI) 텍스트 생성 서비스 '클로바스튜디오'를 도입한 모습. /네이버

네이버와 카카오가 전 세계 학회에서 성능을 인정받은 인공지능(AI) 기술을 각종 서비스에 적용해 출시하기 시작했다. 양사의 관련 기술 개발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맺는 모습이다.

20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해 2월부터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AI 스타트업 등에 '클로바스튜디오'의 클로즈드 베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총 600여개 업체가 서비스를 신청했고, 이 가운데 100여곳이 참여 중이다.

클로바스튜디오는 네이버가 개발한 초거대 AI 언어 모델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텍스트를 생성하는 서비스다. 사용자가 '원숭이' '엉덩이' '빨개'라는 단어를 연달아 입력하면 다음에 나올 단어를 예측해 '빨간 건 사과, 사과는 맛있어'라는 문장을 결괏값으로 내놓는 식이다. 클로바스튜디오는 같은 원리를 이용해 긴 글에서 핵심 요소를 추려 짧게 요약할 수도, 문장의 유형·감정 등 특징을 분류할 수도 있다. 사용자가 몇 가지 예제를 입력하면 유사한 형식의 문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스타트업 우주문방구는 클로바스튜디오를 활용해 AI 보조 작가 '토리AI'를 개발했다. 우주문방구는 누구나 원하는 인물, 장소, 사건, 종교 등 요소를 입력해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 '스토리네이션'을 운영한다. 네이버 클라우드 측은 "토리AI는 스토리네이션 가입자가 입력한 문장을 바탕으로 작품에 어울릴만한 표현을 추천해준다"며 "창작이 처음인 가입자들이 표현에 대한 고민을 덜고,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클로바스튜디오를 더욱 고도화된 솔루션에 도입한 스타트업도 있다.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최근 사용자가 입력한 주제에 반응해 적절한 질문을 던지거나 참고 자료를 추천해주는 작문 보조 솔루션 '뤼튼트레이닝'을 출시했다. 하이퍼클로버를 개발한 네이버 연구조직 네이버클로바의 정석근 대표이사는 "'모두를 위한 AI'를 위해 실제 사용자가 일상에서 기술을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네이버의 AI 기술력과 각각의 스타트업, SME(중소사업자), 창작자가 가진 전문 역량이 만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브레인이 지난 18일 공개한 AI 영어 학습 보조 애플리케이션(앱) '레미'. /카카오브레인

카카오 연구조직 카카오브레인은 지난 18일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 학습 애플리케이션(앱) '레미'를 출시했다. 레미는 영어 문장의 성분을 분석해 의미 단위 또는 호흡 단위로 끊어준다. 사용자가 정확한 발음과 억양을 익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쓰인 기술은 'AI 청킹'이라는 기술로, 카카오브레인이 자체 개발한 AI 언어 분석 기술 앱을 탑재해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는 "앞으로도 카카오브레인의 AI 기술력을 여러 분야에 적용하며, 일상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기술 및 서비스를 개발해 나가겠다"고 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그간 다양한 학회에서 AI 기술력을 입증해왔다. 양사가 올해 상반기 발표한 정규 논문 수는 각각 60편, 17편에 달한다.

양쪽 모두 괄목할 만한 성과도 거뒀다. 네이버클로바는 지난달 세계 최대 기술 전문 단체인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와 컴퓨터비전협회(CVF)가 공동 주최한 학술대회인 '국제 컴퓨터 비전 및 패턴 인식 학술대회(CVPR)'에서 정규 논문 14편과 워크숍 논문 3편 등 총 17편을 발표했다. 이때까지 국내 기업 연구조직이 이곳에서 두 자릿수의 논문을 발표한 일은 없었다.

같은 달 카카오의 AI 기술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가 주관하는 '얼굴 인식 기술 대회(FRVT)' 키오스크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해당 부문은 얼굴이 아래쪽을 향해 왜곡 및 소실이 잘 발생하는 이미지를 다뤄 타 부문 대비 난도가 높은 분야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당시 출입국 심사 부문, 비자 출입국 심사 부문, 상반신 부문에서도 각각 2위, 4위, 4위에 올랐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AI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건 이 시장의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초거대 AI를 포함한 전 세계 AI 시장 규모는 2024년 5543억달러(약 725조5787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하정우 네이버클로바 AI랩 소장은 "AI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외 연구기관들과 손잡고, 기술 고도화와 AI 윤리에 대한 논의 등을 선제적으로 주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반도체가 한국의 제조 경쟁력을 견인했던 것처럼 AI가 한국 디지털 산업의 기초 기술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많은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초거대 인공지능(AI)

인간의 뇌처럼 복잡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