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있는 YMTC 낸드플래시 공장 전경. /YMTC 제공

중국 정부가 육성 중인 국유 메모리 반도체 업체 YMTC(양쯔메모리)가 올해 말 세계 최초로 232단 3차원(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애초 계획한 192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건너뛰고 꿈의 기술로 불리는 200단 8세대 낸드플래시 양산에 곧바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다만 176단 낸드플래시 양산 경험도 없는 YMTC가 192단을 넘어 200단으로 넘어가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만큼 위협보다는 허풍에 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은 빠르면 올해 말, 늦으면 내년 상반기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전자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YMTC는 올해 연말로 계획한 192단 낸드 플래시 양산을 중단하고, 232단 낸드플래시 양산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지난 5월 YMTC는 192단 낸드플래시 시제품을 고객사에 전달해 성능 테스트를 마쳤으며, 232단 낸드플래시 기술 개발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지난 19일 "YMTC가 원래 생산하려고 했던 192단 낸드플래시 대신 232단 낸드플래시로 바로 넘어가기로 결정하고, 올해 안에 양산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라며 "삼성전자 등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공격적인 양산 계획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YMTC가 만들고 있는 낸드플래시 모습. /YMTC 제공

낸드플래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의 층수를 단(段)이라 부른다. 96단 낸드플래시는 셀을 96겹으로 쌓아 올렸다는 의미로, 몇 층으로 쌓을 수 있느냐에 따라 기술 수준이 결정된다. 낸드플래시 적층 기술은 가장 아래 셀과 맨 위층에 있는 셀을 하나의 묶음(구멍 1개)으로 만든 싱글 스택과 하나의 묶음을 두 개로 합친 더블 스택으로 나뉜다. 셀을 묶는 구멍이 적을수록 데이터 손실이 적어 더블 스택보다 싱글 스택이 더 앞선 기술로 평가받는다.

셀을 쌓는 단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지만 기술적인 어려움은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100단을 싱글 스택의 한계로 본다.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100단 이상(128단) 낸드플래시 싱글 스택 기술을 갖고 있으며, 업계 2위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은 72단부터 더블 스택을 사용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적층 경쟁은 64단부터 시작돼 삼성전자가 128단 낸드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지난 2019년까지 계속됐다. 하지만 업체들이 기술 개발의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이후 소모적인 적층 경쟁은 사라졌다. 그런데 지난해 말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176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하면서 업체 간 적층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업계의 관심은 어느 업체가 꿈의 기술로 불리는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 양산에 성공할 수 있느냐로 쏠리고 있다.

YMTC가 지난 2019년에 양산에 성공한 64단 낸드플래시 모습. /YMTC 제공

한발 앞선 곳은 마이크론이다. 마이크론은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232단 낸드플래시 개발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올해 안에 232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세계 최초로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반면 업계 1위 삼성전자와 2위 SK하이닉스는 구체적인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 양산 시점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는 두 업체가 내년 상반기 232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YMTC가 연내 232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각에서는 세계 최초 타이틀을 YMTC가 가져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업계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 YMTC의 232단 낸드플래시 양산 계획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그동안 중국 업체들이 자랑삼아 발표한 반도체 기술과 양산 계획이 실제 시장에서는 통용되지 않은 허풍성 발표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 SMIC가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을 건너뛰고 7㎚ 공정에 바로 진게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YMTC가 176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176단 낸드플래시 양산도 하지 못한 YMTC가 두 계단을 건너뛰어 232단 양산을 진행하는 건 허풍에 가깝다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중요한 건 전체 생산품에서 양품 비율을 나타내는 수율이다. 수율이 높아야 이익을 남길 수 있는데, YMTC는 현재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YMTC가 새로운 기술 개발에 성공했을 수는 있지만 실제 제품 양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YMTC가 232단 낸드플래시 양산한다고 해도 국제 반도체 시장에서는 통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지난 2020년 YMTC가 내놓은 128단 낸드플래시의 경우 시장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중국에서 판매되는 일부 제품에만 제한적으로 탑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