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카카오 대표이사(왼쪽)와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최로 열린 데이터·인공지능 분야 투자애로·규제개선 현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네이버와 카카오의 2분기 실적이 주춤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금리 인상 등으로 경기가 불안정해지면서 광고·커머스(전자상거래) 등 주요 사업의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네이버는 이달 말, 카카오는 다음 달 4일 각각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14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 예상치 평균을 집계한 결과를 보면 네이버는 올해 2분기 매출 2조29억원, 영업이익 36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4%, 7.27% 늘어난 수치다. 네이버는 지난해 1분기를 제외하고 매 분기 10% 안팎의 영업이익 성장률을 보여왔다.

증권업계는 경기 둔화와 코로나19 고성장기에 따른 기저 상승으로 광고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인건비 등 높은 영업비용이 네이버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봤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올해 국내 광고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9.3% 성장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광고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0.4% 성장한 13조9889억원이었다. 네이버는 올해 연봉 재원을 10% 올린 상태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불확실한 거시 환경이 핵심 사업부인 광고와 커머스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광고 시장 성장 둔화를 반영해 올해 네이버의 서치플랫폼(광고) 매출액 추정치를 기존 3조7200억원에서 3조6400억원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네이버의 커머스 부문 수익 중 60%는 광고, 나머지 30%가량은 거래를 통한 수수료에서 나온다”며 커머스 부문 성장률 둔화도 예상했다.

카카오의 상황도 비슷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해 2분기 매출 1조8447억원, 영업이익 19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42%, 16.5% 늘어난 수치다. 다만 영업이익 성장률의 경우 지난해 연간 기준 31%보다 크게 내렸다. 카카오는 올해 연봉 재원을 15% 올렸다.

윤예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 카카오의 톡비즈(비즈보드, 이모티콘, 선물하기, 톡스토어, 메이커스) 매출은 커머스 부진으로 기대치를 밑돌 전망이다”라고 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카카오의 톡비즈, 포털비즈(다음, 카카오스토리·스타일·페이지, 기타 자회사 광고) 부문 매출은 기존 전망치 대비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영업이익은 인건비, 마케팅비 등 정책성 투자 비용이 예상치를 초과함에 따라 전망치에 상당 수준 못 미칠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왼쪽)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내려받을 수 있는 홈페이지 화면, (오른쪽)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의 애니메이션 제작 홍보 이미지. /각 사 제공

양사는 콘텐츠 사업과 메타버스 사업을 앞세워 실적 회복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네이버는 5년 내 글로벌 사용자 10억명 돌파, 매출 15조원 달성을 목표로 북미 시장에서 웹툰을 중심으로 콘텐츠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캐나다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와 함께 글로벌 지식재산(IP) 벨류체인을 확장하고, 파트너십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M&A)도 늘린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와 함께 하는 글로벌 팬덤 플랫폼 ‘위버스’는 올해 미국을 중심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힌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스포츠 서비스를 시작으로 웹툰,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메타버스 기술을 적용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지난 4월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카페, 밴드, 브이라이브 등 네이버가 보유하고 있는 커뮤니티에 메타버스를 접목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며 “스포츠 서비스의 경우 메타버스 공간에서 팬들이 모여 경기를 관람하고 후기를 나누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3년 내 글로벌 거래액 3배 성장, 북미 거래액 5000억원 달성을 콘텐츠 사업의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미국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의 합병 소식도 알렸다. 카카오는 이밖에 자회사 카카오픽코마(구 카카오재팬)의 ‘픽코마’를 통해 일본, 프랑스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카카오픽코마는 지난해 9월 ‘픽코마 유럽’ 법인을 세우고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메타버스 사업 전략으로는 자사가 보유한 서비스들을 관심사 기반으로 연결한 ‘카카오 유니버스’를 꼽고, 먼저 ‘오픈링크’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오픈링크는 이용자들이 취미·장소·인물 등을 주제로 모여 소통할 수 있도록 카카오 서비스들에 오픈채팅방 링크를 연결하는 서비스다. 카카오는 아울러 웹스트리밍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가 여러 웹 환경을 제약 없이 넘나들 수 있도록 한 메타버스 플랫폼 ‘컬러버스’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양사가 콘텐츠·메타버스 사업 외에 또 다른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연일 주가가 하락하면서 올 상반기에만 각각 20조원, 10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9시 17분 현재 네이버는 전 거래일보다 5000원(2.11%) 내린 23만25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는 지난 6월 22일 22만9000원(종가 기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카카오 역시 900원(1.25%) 내리며 7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에는 네이버의 서치플랫폼과 커머스 매출이 9.1%와 19.7%로 크게 둔화할 전망이다”라며 “네이버는 외부 요소를 극복할 구체적인 신상품 출시 계획이 아직 없다”고 짚었다. 그는 최근 모빌리티 사업 매각설이 불거진 카카오에 대해서도 “수익권으로 접어든 차기 성장 동력의 한 축이 사라지게 되는 만큼 장기 성장성 약화가 우려된다”며 “카카오는 모빌리티를 대체할 신규 사업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