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수가 끝나고 고물가·고금리 현상이 찾아오면서 전 세계 TV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TV시장의 96%(출하량 기준)를 차지하는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하락이 계속되면서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LCD 패널 감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CSOT(차이나스타), HKC 등은 지난달부터 TV용 LCD 패널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일부 중국 업체는 생산량을 최대 50% 감산하고 구조조정에 나선 상태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하반기 TV용 LCD 패널 생산량을 상반기와 비교해 10~20%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부터 생산라인 가동률을 조절하고 있다. 중국 광저우와 경기 파주 LCD 패널 생산라인에 들어가는 유리 기판 투입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LCD 패널 생산을 줄인 것이다.
공격적인 투자로 LCD 패널 시장을 삼킨 중국 업체들의 감산 속도는 더 빠르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올해 상반기와 비교해 하반기 TV용 LCD 패널 생산량을 25% 줄이기로 했다. 같은 기간 CSOT도 20% 감산에 돌입했다. LCD 패널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생산량을 조절한 것이다. HKC는 지난 5월부터 20% 감산에 돌입했고, 이번 달부터는 쑤저우 화성에 있는 8.5세대 생산라인(T10)의 생산량을 최대 50% 줄이기 시작했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LCD 감산에 돌입한 배경에는 TV 판매 감소에 따른 LCD 패널 수요 감소가 있다. TV 수요가 줄어들면서 LCD 패널 재고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LCD 패널 가격 하락, 실적 부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TV 수요 부진과 제조 업체들의 출하량 목표 하향 조정, 패널 구매 물량 축소 등으로 인해 TV용 LCD 패널 가격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6월 하반월 LCD 패널 가격은 전월 대비 43인치 4.4%, 55인치 4.6% 하락했다. 대형으로 분류되는 65인치와 75인치도 같은 기간 각각 6.0%, 4.8% 가격이 떨어졌다. 정보기술(IT) 제품에 들어가는 LCD 패널도 마찬가지다. 모니터에 사용되는 21.5인치 LCD 패널 가격은 한 달 새 5.5% 빠졌고, 27인치도 같은 기간 2.7% 하락했다. 노트북용 15.6인치 LCD 패널 가격도 2.8%, 17.3인치도 2.4% 떨어졌다. 전체 LCD 패널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8~10개월 넘게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LCD 패널의 가격 하락은 중국 패널 업체들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지난 2019년 바닥을 다졌지만, 코로나19로 TV 수요가 급증하면서 단기적인 상승 국면을 겪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지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떨어져 지난 2019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달부터는 제품 원가 이하로 가격이 내려가면서 업체 입장에서는 생산할수록 손해가 커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물량으로 승부를 보던 중국 업체들이 감산에 돌입한 이유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적극적인 감산에 나서면서 TV용 LCD 패널을 중심으로 가격 안정세가 먼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달 말부터 65인치 이상 대형 LCD 패널을 중심으로 가격 안정세가 시작되고 올해 연말까지 전체 LCD 패널 가격이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TV용 LCD 패널의 경우 가격이 더는 떨어질 구간이 없고, 업체들이 빠르게 감산에 돌입하면서 가격 대응에 나선 상태다"라며 "세트(완성품) 업체들의 재고 조정이 끝나는 올해 말부터 LCD 패널 가격이 소폭 반등하면서 다시 상승세에 돌입할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