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스타트업 낫싱이 개발한 첫 번째 스마트폰 '폰원'이 13일 0시에 공개된다. 폰원은 지난 6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아트바젤'에서 스마트폰 내부 부품이 노출되는 투명 디자인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뒷면에는 미국 뉴욕의 지하철 노선도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으로 발광다이오드(LED) 974개를 부착했다. 전화나 알림이 오면 LED가 다양한 형태로 불빛이 표시되는 식이다.
또 전화 오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LED 불빛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조작할 수 있다. 독특한 디자인과 함께, 구글 안드로이드11을 커스텀(개조)한 '낫싱OS'를 탑재하면서 소프트웨어(SW) 차별화도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개조를 한 OS라도 안드로이드의 큰 틀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만큼, 사용자가 체감할 정도의 큰 변화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경쟁력으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005930) 갤럭시 시리즈와 애플 아이폰 시리즈가 양분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새로운 대체품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 13일 0시 폰원 공개…디자인 승부수
12일 전자·통신업계에 따르면, 낫싱은 13일 0시(영국 시각 13일 오후 4시)에 '본능으로의 회귀(Return to Instinct)'라는 주제로 폰원의 언팩 행사를 개최한다. 낫싱이 스마트폰을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낫싱은 지난해 8월 무선이어폰 '이어원'을 출시해 주목을 끌었다. 이 제품도 내부 부품을 노출하는 투명 디자인을 채택했다. 폰원은 이러한 이어원의 디자인을 계승한 제품이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낫싱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원플러스 공동창업자인 스웨덴 기업가 '칼 페이(Carl Pei)'가 2020년 창업한 기업으로 퀄컴 등이 총 1억4400만달러(약 1830억원)를 투자했다. 낫싱은 삼성과 애플의 양강 체제 속에 비슷한 제품 대신 독특한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글로벌 가전업체 다이슨에서 14년 간 근무했던 아담 베이츠가 폰원 디자인 리더로 참여하기도 했다.
폰원의 가장 큰 특징은 '투명폰' 디자인이다. 아트바젤에서 비공개 관객을 대상으로 공개된 폰원 이미지를 살펴보면, 단말기 뒷면에는 투명 케이스가 장착돼 있어 내부 모습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경쟁 기업이 다양한 색상으로 색깔 마케팅 경쟁을 펼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또 강화 글라스가 아닌, 100% 재생 알루미늄 소재를 프레임에 적용해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내구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칼 페이 낫싱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도 폰원의 디자인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아트바젤에서 "수년 동안, 업계에서 예술가들이 모두 떠났다. 차갑고, 감흥이 없는, 기존 제품에서 파생된 제품만이 남겨졌다"면서 "폰원은 순수한 본능에 따라 디자인됐다"고 말했다. 낫싱에 따르면, 이 단말기 디자인은 이탈리아 유명 그래픽 디자이너 마시모 비넬리의 '뉴욕 지하철 노선도'에서 영감을 받아 단순한 스마트폰이 아닌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이 보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폰원의 구체적인 사양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첫 번째 스마트폰인 만큼 플래그십(최상위 제품) 모델보다는 중저가폰 수준의 맞춰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IT 전문 매체 GSM아레나 등에 따르면 폰원은 6.5인치 디스플레이와 퀄컴 스냅드래곤 7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구성됐다. 배터리는 4500mAh(밀리암페어)로 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 중저가폰 시장서 경쟁…한 자릿수 점유율 확보 가능할까
다만 인지도가 낮은 폰원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의미 있는 한 자릿수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23%)와 애플(18%)의 점유율은 41% 수준이다. 그 뒤를 샤오미(12%), 오포(9%), 비보(9%) 등 중국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낫싱은 중저가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플래그십을 선호하는 국내 시장에서는 점유율 확보가 더욱 쉽지 않다. 올해 1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77%)와 애플(22%)의 점유율은 99% 수준으로 사실상 삼성과 애플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과거 외산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모토로라는 2012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9년 만에 LG헬로비전을 통해 30만원대 5세대 이동통신(5G) 중저가 스마트폰 '엣지 20라이트 5G'와 '모토 G50 5G'로 재진출했다. 샤오미는 지난 4월 5G 중저가 스마트폰 '레드미노트11′ 시리즈를 국내에 출시했다. 하지만 사후서비스(AS) 등 외산 스마트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애플을 제외한 외산폰의 시장 확대는 어려운 상황이다.
갤럭시와 아이폰으로 양분된 시장에서 독특한 디자인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한국 스마트폰 시장이 프리미엄폰 중심인 만큼 중급 사양의 가성비 전략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체제인데, 일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과 함께 디자인·소프트웨어 차별성을 갖춘 낫싱을 기다리는 수요도 있다"며 "낫싱은 앞서 진출한 샤오미, 모토로라 등과 점유율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가열될 전망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