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삼성이 전장(電裝·자동차 전기장치 부품)으로 전장(戰場)을 옮겼다. 가전, 스마트폰 등으로 쌓은 전기, 전자 기술력을 자율주행,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에 접목해 새 먹거리로 삼겠다는 것이다. 단순 이동수단이었던 자동차가 움직이는 전자제품으로 변하고 있는 최근의 추세와 무관치 않다. 다만 아직 두 회사는 전장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상태다. 자동차 산업은 특성상 진입 문턱이 높아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최근 올해 상반기 자동차 전장 신규 수주가 8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이 중심이 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5세대 이동통신(5G) 텔레매틱스를 유럽 완성차 업체와 일본 업체에 각각 공급하게 된 덕분이다.
상반기 신규 수주액 8조원은 지난해 LG전자가 달성한 총수주액 60조원의 약 13%에 해당한다. LG전자는 올해 회사 전체 수주 잔고가 6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전자는 전장을 전담하는 VS(비히클솔루션)사업본부와 자회사 ZKW의 자동차 조명, 세계 3위 차 부품 업체 마그나와 합작해 설립한 LG마그나 이(e)파워트레인의 전기차 동력계를 전장 주축으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도 자동차 전장 분야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관심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17년 세계 선두권의 전자업체인 하만을 인수한 시점부터 이 분야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주력인 반도체 사업에서 자동차 비중을 높이고 있다. 테슬라 자율주행 시스템에 들어가는 칩 등을 공급한다.
LG와 삼성은 가전 등에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고, 여기에 쌓은 기술적 노하우를 전장에 활용하고 있다. 그만큼 경쟁 시장에서 맞붙을 여지가 크다. 하지만 경쟁과 함께 일정 부분 협력도 있다. 폭스바겐그룹에 채택된 LG전자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삼성전자 LSI사업부가 설계한 '엑시노트 오토 V7′을 장착하는 식이다. 모바일 칩 설계 역량 노하우를 갖고 있는 삼성전자가 LG전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두뇌를 만든 것이다. 이를 토대로 두 회사가 더 넓은 분야에서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LG와 삼성이 자동차 전장 분야에서 기존의 자동차 부품 회사와 다른 점은 그룹 계열사와 관계사 협력과 부품과 기술의 수직계열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이점이다. LG전자가 통신(텔레매틱스)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전기차 동력계, 조명을 만들고 여기에 필요한 디스플레이를 LG디스플레이가, LG이노텍이 첨단운전보조시스템(ADAS)용 카메라, 조명용 발광다이오드(LED), 모터 등을 납품하는 식이다. LG CNS는 네트워크 보안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를 만든다. 또 계열분리된 LX그룹의 LX하우시스는 자동차 내외장재, LX세미콘은 자동차용 마이크로콤포넌트(MC) 등을 공급한다.
삼성 또한 이런 식으로 자동차 전장 부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자회사 하만을 중심으로 삼성디스플레이(디스플레이)와 삼성SDS(물류), 삼성SDI(배터리), 삼성전기(카메라모듈, MLCC) 등이 전장 사업을 함께 한다. 이 가운데 삼성SDS의 경우 자동차 전장회사에 대한 인수합병(M&A) 얘기도 나오는 중이다. 삼성전자 자체적으로도 반도체 분야 역량을 활용해 인포테인먼트용 칩, 자율주행차용 연산 칩·이미지센서 등에 뛰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와 삼성 모두 다양한 전장 분야 부품의 일괄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두 회사는 기존의 자동차 부품사와는 전혀 다른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다만 전장 사업 확대와 달리 뚜렷한 매출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남는다. 전장 공급 수주를 따내도 실제 납품과 매출로 이어지는 비중이 낮은 것이다. LG전자는 2013년 전장 사업을 시작한 이후 2015년 4분기 흑자(50억원)를 기록했던 것을 제외하면 여전히 적자다. 증권가에선 올해 2분기 400억~500억원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지만, 갈 길이 먼 상태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수주와 실제 공급 사이의 이익 발생 시차는 더 넓어지고 있다. 영업이익률 역시 마이너스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자의 전장 축인 하만의 경우에도 삼성전자에 인수되기 전보다 매출이 적어진 상태다. 인수 이후 영업이익률은 0~2%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영업이익률이 5.95%로 올랐으나, 매출이 늘었다기보다 원가절감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가운데 반도체 공급난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업계는 LG와 삼성이 각각 사업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에 서 있는 만큼, 매출과 이익이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로 본다. 이 때문에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할 필요가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은 진입장벽이 높다는 산업적 특성으로 비교적 후발주자인 LG와 삼성의 영향력이 단기간 올라오기 힘든 구조다"라며 "그럼에도 두 회사의 기술적 역량은 글로벌 선두권이기 때문에 비교적 빠른 시기에 시장 안착이 가능하리라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전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