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키지 기판에 반도체 칩셋이 탑재된 모습. /조선DB

첨단 반도체 패키지 기판인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와 카메라 모듈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투자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FC-BGA와 카메라 모듈이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이어 국내 부품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은 6일 경북 구미 사업장에 2023년까지 1조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LG이노텍은 이번 투자로 연면적 약 23만㎡에 달하는 구미 4공장을 인수하고, 공장 내에 FC-BGA 생산시설을 구축하기로 했다. 카메라 모듈 제조능력도 확대한다.

이번 투자는 LG이노텍이 올해 상반기 공시한 투자 계획 중 일부다. LG이노텍은 지난 1월 카메라 모듈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 사업에 연말까지 1조561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2월에는 신규 사업으로 진출한 FC-BGA 양산 라인 구축에 2024년까지 4130억원을 투입할 계획을 공시했다. 결국 구미 4공장 인수 대금 2834억원을 포함하면 2024년까지 LG이노텍의 투자 규모는 1조7000억원이 넘는다. LG이노텍이 이날 발표한 1조4000억원 투자에는 구미 4공장 인수 대금이 포함된 만큼 LG이노텍은 앞으로 2000억~3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정다운

LG이노텍은 이번 투자를 통해 FC-BGA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동시에 세계 1위인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생산 시설도 확대하기로 했다. 업계는 LG이노텍이 FC-BGA 생산시설을 먼저 건설하고, 이후 카메라 모듈 생산 시설을 추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LG이노텍의 구미 사업장에서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FC-BGA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전기 신호가 많은 반도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메인보드와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반도체 기판이다. 인텔, AMD, 엔비디아 등이 만드는 고성능 칩에 주로 활용됐는데, 최근에는 전기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도 FC-BGA를 사용하면서 FC-BGA의 공급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FC-BGA는 높은 안정성과 빠른 전송 속도를 필요로 하는 만큼 기술 진입 장벽이 높다.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 삼성전기 등이 FC-BGA를 양산하고 있다. 업계는 CPU와 GPU의 코어 증가로 기판의 크기가 커지면서 FC-BGA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이노텍은 FC-BGA와 제조 공정이 비슷한 무선주파수 패키지 시스템(RF-SiP)용 기판, 5세대 이동통신(5G) 밀리미터파 안테나 패키지(AiP)용 기판 등 통신용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동시에 고성능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사용되는 플립칩 칩스케일 패키지(FC-CSP) 기판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업계는 LG이노텍이 FC-BGA 분야에서도 단기간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이노텍 구미 사업장 전경./ LG이노텍 제공

삼성전기는 FC-BGA 사업에서 한발 앞서가는 모양이다. 삼성전기는 FC-BGA 사업에서 선제적 투자로 국내 1위는 물론, 생산 능력 기준으로 세계 6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는 FC-BGA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모듈 등에 사용하는 기판(RFPCB) 사업을 중단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말 이사회를 통해 베트남 북부 타이응웬성 옌빈산업단지 생산공장에 FC-BGA 설비와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9억2000만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투자는 오는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집행할 예정이다. 또 지난 2월에는 추가로 3200억원을 투자, FC-BGA 생산 확대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FC-BGA 생산에만 최근 들어 1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삼성전기는 카메라 모듈 사업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삼성전기는 자동차용 카메라 모듈 시장에 집중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테슬라와 조(兆)단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기가 수주한 단일 계약 가운데 최대 규모다. 삼성전기는 테슬라와의 공급 계약을 계기로 2~3년 내 카메라 모듈 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