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규모 이상의 콘텐츠 제공 사업자가 애플리케이션(앱)을 한 앱 장터(마켓)에만 등록할 경우, 정부가 나서 다른 앱마켓으로의 추가 입점을 권고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구글의 인앱결제(앱 내부 결제) 의무화로 거대 앱마켓 사업자들의 독점 우려가 커진 가운데, 해당 법안이 시장 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콘텐츠 사업자가 하나의 앱 마켓에만 앱을 등록할 경우 동일한 이동통신단말장치를 통해 이용이 가능한 다른 앱 마켓에도 앱 등록을 권고할 수 있다. 예컨대 콘텐츠 사업자가 구글 앱마켓인 구글플레이에만 앱을 올릴 경우 다른 안드로이드 앱마켓에도 출시를 권할 수 있는 것이다.
법안은 정부가 권고와 함께 보조금도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지원을 수반한 권고라는 점을 강조해 규제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양 의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보조금 등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유·무형의 비용과 절차 문제가 해결돼 더 많은 사업자들이 여러 앱마켓에 앱을 등록할 수 있게 된다. 일부가 독점하고 있는 앱마켓 시장에서 경쟁이 활발해져 이용자 편익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실에 따르면 구글의 국내 앱마켓 시장 점유율은 약 76%다.
인앱결제는 소비자가 앱에서 유료 콘텐츠를 구매할 때 앱마켓 사업자가 개발한 내부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을 뜻한다. 구글은 지난해 모든 앱에 인앱결제를 의무화한다고 밝히고 올해 4월부터 이를 따르지 않는 앱들의 업데이트를 막아왔다. 이달 1일부터는 이런 앱들을 구글플레이에서 삭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구글의 인앱결제 수수료는 최대 30%다.
웨이브·티빙 등 국내 주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플로·네이버 바이브 등 음원 스트리밍 앱, 네이버웹툰·카카오웹툰 등 콘텐츠 서비스들은 인앱결제 수수료를 반영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가장 최근에는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이 "구글 정책에 따른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 적용으로 부득이하게 안드로이드 앱 내 멜론 이용권 가격이 오는 29일부터 인상될 예정이다"라며 ▲모바일 스트리밍 클럽 ▲스트리밍 클럽 ▲스트리밍 플러스 등 서비스 이용료를 약 10% 올렸다.
현행법은 앱마켓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에게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앱마켓 경쟁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의회는 지난 3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순다르 피차이 구글 본사 최고경영자, 낸시 메이블 워커 구글 한국 대표, 스콧 버몬트 구글 아시아 대표를 상대로 고발장을 접수하고 "추후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변경하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행위에 따른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 앱마켓 사업자인 원스토어는 어느 정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원스토어는 소비자가 자사 플랫폼에서 앱을 내려받아 결제하면 서비스를 기존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워 콘텐츠 사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 시행에 앞서 콘텐츠 앱에 대한 기본 수수료를 20%에서 10%로 내렸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타 앱마켓 권고 및 지원 정책을 펼쳐도 양대 사업자인 구글과 애플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는 콘텐츠 사업자 입장에선 국내외 점유율이 압도적인 구글플레이(구글)와 앱스토어(애플)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비용을 더 들여가면서 원스토어용 앱을 개발하는 것보다 이득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원스토어 등 상대적으로 시장 점유율이 낮은 앱마켓에 입점하면 오히려 이용자가 분산돼 다운로드 순위 등 주요 지표에서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앱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원스토어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13.8%다.
국내 업계 한 관계자는 "앱마켓 매출의 대부분은 게임사에서 나오는데 국내 대형 게임 3사인 엔씨소프트·넷마블·넥슨도 원스토어에 게임을 잘 내놓지 않는다"고 짚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기준 엔씨소프트·넷마블·넥슨은 구글플레이와 애플스토어에 도합 53개의 게임을 출시한 반면, 원스토어에는 7개의 게임을 출시하는 데 그쳤다. 그러면서 그는 "현시점에서 원스토어 입점은 시장 전체 파이를 키우고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늘리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원스토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낮아서 정부에서 보조금이 나오더라도 업체들이 입점을 늘릴 것 같지는 않다"며 "홍보 역시 소비자들의 원스토어 이용을 유도하기보다 '안드로이드 앱 대신 웹에서 서비스를 구매하면 기존 요금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배너를 띄우는 데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앱마켓 시장에서 구글플레이의 입지가 워낙 확고해 어떤 정책도 효과를 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도 개정안이 정부의 권고 외에 실질적인 지원을 언급한 점은 고무적이다"라고 했다. 그는 "국회의 이런 움직임은 업체들이 구글의 눈치를 덜 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다"고 덧붙였다.
☞인앱결제
앱에서 유료 콘텐츠를 결제할 때 구글·애플 등 앱 장터를 통해 결제하는 방식. 구글·애플은 앱 개발자들에게 자신들의 앱 스토어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대신, 인앱결제 과정에서 최대 30%의 수수료를 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