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은 잠시 후 미래도시 하이랜드를 투어하게 됩니다. 하이퍼루프에 탑승하시길 바랍니다."

지난 17일 오전 9시 50분. 예약신청 후 사전에 전달된 유튜브 링크에 접속하자 2051년을 가정한 미래도시가 눈앞에 펼쳐졌다. 대형 스크린을 붙잡고 있는 높이 2m의 육중한 로봇팔 2개가 현란하게 움직이면서 영상쇼를 보여줬다. 스크린 사이의 간격이 1㎝까지 좁혀졌지만, SK텔레콤의 5세대 이동통신(5G)과 연결된 로봇팔은 정교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게이트(문)가 열린 뒤 에스컬레이터에 오르자, 천장에는 500여개의 쇠 구슬들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다양한 파동을 보여줬다. 양자의 불특정한 움직임을 형상화했다는 게 도슨트(해설사)의 설명이었다.

이곳은 SK텔레콤이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서울 을지로 본사에 만든 총 1370㎡(414평) 규모의 ICT체험관 '티움'이다. 티움은 ▲테크놀로지, 텔레커뮤니케이션 등의 '티(T)'와 ▲뮤지엄(museum), 싹을 틔움 등의 '움(um)'을 결합한 이름으로, New ICT 기술로 미래의 싹을 틔우겠다는 SKT의 철학을 담았다.

티움은 10명씩 조를 이뤄 관람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2017년 리모델링을 거쳐 재개장한 뒤 연간 2만명이 찾는 인기 체험관이었다. 하지만 2020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휴관이 반복됐다. SK텔레콤은 지난해 4월 티움을 비대면 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는 '티움 유튜브 라이브 투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도슨트 2명과 함께,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실시간 유튜브 영상으로 대리 체험을 하는 방식이다. 궁금증이 있으면 실시간으로 댓글을 남길 수 있다.

SK텔레콤 티움 로봇게이트의 모습 /온택트 영상 캡처

◇ 라이브 투어, 언제 어디서든 '티움' 체험 가능

유튜브에 접속한 관람객은 약 30분간 실시간 중계 영상을 통해 초고속 네트워크와 인공지능 등을 이용한 우주와 지구 환경 모니터링, 드론, 증강현실(AR) 등을 통한 조난자 구조, 원격 홀로그램 회의 등 미래 ICT 기술을 경험하게 된다. 관람 순서는 기존 체험관 동선을 따라 '로봇게이트→하이퍼루프→우주관제센터→우주셔틀→의무실→홀로그램 회의실→텔레포트룸→비행셔틀' 순으로 진행된다.

로봇게이트를 지나 하이퍼루프에 탑승했다. 흰색 배경에 마치 미래형 지하철 같아 보였다. 하이퍼루프는 시속 1300km로 달리는 미래 교통수단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15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도슨트는 "하이퍼루트에는 끊김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초고속 네트워크를 기반한 인공지능, 충전용GPS, 자율주행 기술이 집약됐다"고 강조했다. 안내원의 설명이 끝나자 투명한 스크린 도어 너머로 하이퍼루프가 서서히 들어왔다. 하이퍼루프 안쪽에는 속도 등 각종 수치와 그래프 등이 표시된 디스플레이 2대가 놓여있었다. 디스플레이 너머엔 거대한 전면 스크린이 갖춰져 있었다. 이 스크린에서는 마치 하이퍼루트가 진짜로 움직이는 것처럼 바깥 풍경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불특정한 양자의 움직을 상징하는 쇠구슬 작품의 모습 /온택트 영상 캡처

우주관제센터에서는 초고속 네트워크 기술과 인공지능 등을 이용해 우주 환경, 지구 환경, 지구 생태계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 지구 환경 모니터링은 지구상에 떠 있는 수천 개의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영상을 초고속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받고,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토네이도 내부에 방사하거나 해상과 육상 등에 설치해 수집된 정보를 분석한다.

우주 환경 모니터링은 탐사선을 이용한다. 탐사선이 초고화질 영상을 촬영해 수십억 ㎞ 떨어진 우주에서 초고속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한다. 갑자기 경고음이 울리며 소행성 충돌 소식이 알려지자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우주셔틀에 탑승했다.

우주셔틀은 우주와 지구, 해저도시를 연결하는 이동수단으로 긴급상황에 대비한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구로 귀환하던 도중 토네이도를 만나 조난자가 발생한 상황을 증강현실(AR)로 구현했다. 의무실에서는 마치 의사가 된 듯, 컨트롤러를 이용해 로봇팔 뼈 이식 수술을 체험할 수도 있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하이랜드 해저도시로 이동한다. 해저도시엔 홀로그램회의실이 있고, 세계지역 연합이 지구로 떨어지고 있는 거대 운석의 처리 방안을 논의 중이었다. 원격로봇을 통해 중력장을 가동시키기로 결론이 나고, 미션 수행을 위해 텔레포트룸으로 이동했다. 텔레포트룸은 초고속 네트워크로 3차원의 공간을 실감 나게 인식하는 메타버스를 구현한다. 한가지 팁을 제공하자면, 이어폰을 착용하고 화면을 보면 더욱 몰입감을 높일 수 있었다.

티움 온택트의 텔레포트룸에서 체험 대리자가 VR 기술을 체험하는 모습. /온택트 영상 캡처

◇ 진동·온도·무게 등 오감 만족은 '아쉬움'

라이브 투어의 아쉬운 점은 영상으로 대리되는 체험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티움 체험관은 미래 기술을 직접 체험해보는 데 호평을 받아왔다. 현장에서는 AR 기기와 햅틱 피드백 컨트롤러, 화면에 맞춰 움직이는 좌석 등은 미래 기술에 대한 몰입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하지만 라이브 투어는 눈으로만 보는 형태인 만큼, 진동 등 현장감을 느끼긴 어려웠다. 예를 들어 우주셔틀 탑승 체험에서는 의자가 화면에 맞춰 흔들리고, AR 기기를 통해 드론 구조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진행하는 등 시각적 체험뿐만 아니라 직접 체험 요소가 강하다. 특히 직접 원격의료를 경험해볼 수 있는 의무실 공간에서는 아쉬움이 더욱 컸다. 도슨트가 체험한 뼈이식 로봇 수술도 현장에 가면 컨트롤러의 무게감과 진동을 느낄 수 있지만, 도슨트의 대리 체험과 묘사로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좋은 체험은 현장에 가능 방식이다. 하지만 티움이 큰 인기를 끌면서 현장 체험을 예약하기 위해서는 한 달 이상 대기가 필요하다. 반면 라이브 투어는 상대적으로 인원수 제한 범위가 넓어, 이르면 2~3일 정도만 대기하면 체험할 수 있다.

우현섭 SK텔레콤 매니저는 "(라이브 투어에서) 몰입감과 상호작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매일 라이브 투어를 한정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이러한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는 "가장 좋은 건 공간감도 느끼고 상호작용을 하면서 오프라인 체험을 하는 게 가장 좋을 거 같다"며 "다만, 코로나19 상황과 체험을 위해 서울에 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라이브 투어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2008년 개관한 티움은 입소문을 타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까지 180여개국에서 16만여명이 티움을 찾았고, 전체 방문객 중 외국인 비율은 약 40%가량 될 정도로 글로벌 관람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해외 귀빈과 글로벌 유력기업 관계자들도 서울을 방문할 때면 티움을 필수 방문 코스로 손꼽는다. 그 결과 티움은 CNN이 선정한 '서울에서 꼭 가봐야 할 13개 명소'(2013년)로 선정됐다. 또 2019년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박람회·상업전시' 최고상 수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