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이동통신(5G) 중간요금제가 7월 출시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시스템 반영 등 통신사 요청으로 한 달가량 늦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물가 안정 대책의 하나로 오는 3분기 통신사의 중간요금제 출시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간요금제 도입이 한 달 정도 미뤄지면 이동통신 3사는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있다. 가입자들이 사용하지 못하고 남는 유효 데이터로 이동통신 3사가 한 달에 얻는 수익은 1600억원 정도다.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 3사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통신사와 5G 중간요금제 도입을 위한 협의에 착수했다. 정부는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4년 만에 5.4%를 기록하는 등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자 체감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통신비를 낮추기 위해 통신사와 중간요금제 협의를 하고 있다. 애초 정부는 이르면 7월 중순 SK텔레콤(017670)이 중간요금제를 출시한 뒤, KT(030200)와 LG유플러스(032640) 등 2~3위 사업자들이 뒤따라 중간요금제를 도입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최근 통신사들이 요금제 설계와 시스템 반영 등 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중간요금제 출시 협의가 지연되면서, 첫 출시가 7월이 아닌, 8월로 미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정부와 통신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심각한 물가 상황을 고려해 중간요금제를 빠르게 출시하기 위해 통신사와 협의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일정이 촉박한 관계로 8월은 돼야 출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통신사의 정책에 끌려다닌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중간요금제 도입을 한 달만 늦추더라도 막대한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5G 100~110GB(기가바이트) 요금제 가입자수는 약 505만명쯤으로 추산되는데, 1인당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44GB(기가바이트) 수준이다. 1GB당 통신사들이 500~600원 정도 요금을 책정한다고 하면, 중간요금제를 한 달간 미뤄도 가입자들이 사용하지 못한 유효 데이터 수익이 16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미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통신사들이 오는 9월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에 중간요금제를 출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조선비즈 2022년 5월 17일 [기자수첩] 통신3사 '조단위 부당이득' 과연 바뀔까 참고> 통신 3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중간요금제 필요성을 묻는 질의에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사실상 통신사의 수익 극대화와 정무적 판단을 종합 고려할 때, 오는 9월 국정감사를 앞둔 8월이 최적의 출시 시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지난달 취임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아직 첫 대면을 하지 않은 만큼, 중간요금제 출시는 간담회 이후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
중간요금제 출시가 사실상 기정사실화 되면서 중간요금제 설계와 관련해, 통신 3사의 눈치 싸움이 예고되고 있다. 통신 3사는 기존 10GB와 110GB 요금제는 그대로 두고, 10~110GB 사이의 요금제를 신규로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신규 요금제에 제공되는 데이터양이다. 데이터양이 너무 적을 경우, '꼼수 중간요금제'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려울 수 있고, 데이터양이 많을 경우 고액 요금 가입자가 요금제를 낮추면서 결과적으로 가입자 평균 매출(ARPU)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이 최적의 가격과 데이터 사용량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는 가격과 데이터양은 6만원 초반에 30GB 안팎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통신사의 중간요금제 출시가 간절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5.4%를 기록하는 등 고물가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비의 경우, 물가에서 약 5%에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직접적으로 숫자를 낮출 수 있다. 특히 매달 꼬박꼬박 지출되는 통신비는 국민의 체감 물가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고물가가 부담스러운 정부 입장에서 톡톡한 효과를 볼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중간요금제 출시 작업을 하고 있고, 이르면 7월 중순, 늦어지면 8월 초 출시가 예상된다"며 "조만간 있을 과기정통부 장관과 이동통신 3사의 CEO 간담회에서도 이러한 내용이 공유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