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가 매년 성장을 거듭하며 '대세'로 불리고 있으나, 정작 실제 시장 확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성장 대부분을 LG전자의 출하량 증가에 의존하고 있는 동시에 글로벌 TV 제조사들이 OLED TV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은 탓이다. OLED TV 출시를 준비하고 있던 삼성전자는 수익성 등 여러 환경을 고려해 최근 기류로 바뀐 것으로 파악된다.

8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OLED TV 출하량은 800만대로 전망된다. 지난해 625만5600대와 비교해 약 22% 늘어난 것이다. 올해 1분기 출하량은 148만6000대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4.7% 늘었다. 이 기간 액정표시장치(LCD) TV 출하량이 5%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전체 TV 출하량에서 OLED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4%대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LCD TV가 명실상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OLED TV 성장이 매섭긴 하지만, LCD TV가 OLED TV로 전환됐다고 평가하기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라며 "여전히 TV의 대세는 LCD다"라고 했다. 16년 연속 TV 시장 1위인 삼성전자 역시 판매하고 있는 TV의 80% 이상을 LCD로 채우고 있고, 최고급 제품군을 형성 중인 미니발광다이오드(LED)도 LCD TV 제품군에 속해 있다.

소니 OLED TV. /소니 제공

LG전자는 OLED TV 시장의 62.2%(1분기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1분기 판매된 148만6100대 가운데 92만4600대가 LG전자의 몫이었다. 2위 사업자는 일본 소니로 29만6000대(19.9%)에 불과하다. 판매량이 3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3위는 필립스로 7만7500대다. LG전자의 10분의 1 수준도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OLED TV 시장 성장은 LG전자의 판매량 증가에 달려있다. 전체 시장이 작다 보니, 우위 사업자가 시장을 주도하는 형국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최근 OLED TV 시장 확대를 위해 판매 가격을 낮추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수익성마저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는 OLED TV 시장이 궁극적으로 넓어지려면 치열하게 시장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LG전자라는 시장 지배적인 사업자 하나만 있어서는 OLED TV 대세론을 이끌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나 중국 TCL 등 이른바 '큰손'으로 불리는 큰 규모의 TV 제조사가 모두 뛰어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이 업체들은 OLED 패널 가격에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다. LCD TV가 주류일 수밖에 없는 건 결국 상대적으로 저렴한 패널 가격이라는 것이다. 현재 TV용 OLED 패널 가격은 65인치 기준으로 600달러(약 75만원) 전후로 추정되고 있다. 같은 크기 LCD의 5월 가격인 151달러(약 19만원)와 비교해 4배쯤 비싸다. 더욱이 LCD 패널 가격이 OLED에 비해 하락세가 커, 가격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QD-OLED TV(QN65S95BAFXZA). /베스트바이

이 때문에 OLED TV 출시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던 삼성전자도 소극적 태도로 돌변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OLED TV 출시를 위한 LG디스플레이와의 협상에서 패널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논의를 중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내 LG디스플레이 패널을 사용한 OLED TV 출시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한 퀀텀닷(QD)-OLED 패널 채용 TV를 해외에서만 소량 판매하고 있다.

TV용 OLED 패널 시장의 99%를 한 회사가 독점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경쟁의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연간 500만대 이상 TV용 OLED 패널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는 LG디스플레이뿐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수율 문제로 연간 100만대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TV용 LCD 패널 시장을 삼킨 중국 업체들은 기술력 부족으로 TV용 OLED 패널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QD-OLED 추가 투자가 지연되고 있고, 중국 업체들은 지금 뛰어들어도 앞으로 5년 내 기술 완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현재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의존이 매우 큰 OLED TV 시장은 기형적 성장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에 OLED TV를 하려는 TV 제조사가 더 늘어야 시장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