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종료한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평가받는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신규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OLED TV로의 전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OLED 물량을 받아줘야 할 삼성전자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7일 삼성디스플레이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TV용 대형 LCD를 생산하는 충남 아산캠퍼스 L8-2라인에 마지막 유리기판을 투입했다. 유리기판은 TV 패널의 원재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달 중 LCD 사업을 완전히 철수하고, LCD 생산 설비를 중국과 대만 등에 매각하기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사업이 30년 만에 마무리되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를 대신할 미래 먹거리로 TV용 퀀텀닷(QD)-OLED를 키우고 있다.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8세대(2200㎜×2500㎜) L8-2라인을 QD-OLED 생산시설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LCD 생산라인으로 사용했던 L8-1라인을 개조해 지난해 11월부터 QD-OLED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L8-2라인을 QD-OLED 생산시설로 전환하는 투자 결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TV용 디스플레이 최대 고객사이자 모회사인 삼성전자가 OLED TV 전환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6년 연속 TV 판매 1위를 기록 중인 삼성전자는 여전히 LCD 위주의 TV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전체 판매량의 99%를 차지하는 네오 QLED도 QD 필름을 추가한 LCD 패널이다.
프리미엄 제품으로 육성 중인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도 1억원에 달하는 가격으로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마이크로 LED TV 출하량은 최대 4000대를 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OLED TV가 LCD를 대신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성장하고 있지만, 대중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체 OLED TV 출하량은 652만대로 전체 TV 출하량(2억1354만대)의 3%에 불과했다. 업계는 올해 OLED TV 출하량이 연간 1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마저도 전체 TV 출하량의 5%에 미치지 못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섣불리 QD-OLED 투자에 나섰다가 삼성전자가 물량을 소화해 주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삼성전자가 과거와 달리 계열사라는 이유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눈치를 보는 동시에 신규 고객사 확보에 집중해야 하는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철수를 끝낸 L7-2라인에 대한 추가 투자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L7-2라인은 지난해 초까지 모니터용 LCD 등을 생산했는데, 지난해 말 완전히 철수를 마쳤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도록 추가 투자 없이 생산시설을 중단한 것이다.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L7-2라인을 2017년부터 6세대(1500㎜×1850㎜) 중소형 OLED 생산시설로 운영 중인 L7-1라인과 동일하게 활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QD-OLED와 달리 중소형 OLED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생산량이 충분한 만큼 태블릿 등 정보기술(IT)용 OLED 패널 수요를 확인한 후 추가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