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컴퍼니를 국내 대리인으로 내세웠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구글과 애플 등 외국계 정보기술(IT)기업들이 올 11월 말부터 내년 5월 말 사이 각 국내 법인을 대리인으로 지정하게 됐다. 해외 IT기업이 구글코리아, 애플코리아 등 각각의 한국지사를 국내 대리인으로 변경하게 되면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등 권리가 더 효과적으로 보호되고, 해외 IT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 집행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5일 IT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국내 법인이 존재하는 외국계 기업이 해당 법인을 국내 대리인으로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국내 대리인을 지정해야 하는 해외 부가통신사업자가 구글코리아, 애플코리아와 같은 국내 법인을 둔 경우, 임원 구성이나 사업 운영 등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인이 있는 경우 그 법인을 국내 대리인으로 지정해야 한다.
앞서 구글과 애플 등 다국적기업들은 한국지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페이퍼컴퍼니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국내 이용자 보호 업무와 자료 제출 의무를 사실상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한 김영식(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구글과 애플의 국내 대리인인 '디에이전트'와 '에이피피에이'는 주소가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의 한 빌딩으로 동일하다. 또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트위치, 링크드인, 페이팔, 나이키 등 총 9개 외국계 기업의 대리인들이 모두 동일한 건물에 주소를 두고 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들 대리인은 모두 법인설립 목적을 법률상 국내 대리인 업무로 명시했으며, 국내 대리인 제도가 시행된 2019년 초에 맞춰 이같이 자본금이 1500만원에 불과한 대리 목적 회사가 우후죽순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이 회사들엔 대부분 직원이 근무하고 있지 않거나 한 사무실에 여러 법인이 등록되어 있어 페이퍼컴퍼니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해외 IT기업들이 국내 대리인을 각각의 한국 지사로 변경하면,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침해 등 불만이 더욱 원활하게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가 개인정보 처리 실태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이들 기업의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용이해지면서, 국내 IT기업들만 정부 규제를 받는다는 역차별 논란도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식 의원은 "최근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환경이 위협받고 있고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외국계 기업들은 수익 챙기기에 급급하다"라며 "구글 인앱결제 강제와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미지급 문제 등 외국계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했다.
이어 김 의원은 "사실상 국경이 없는 ICT 환경에서 국내 이용자 보호와 국내 ICT 생태계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하반기 국회 원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신속하게 상임위를 소집해 관련 법안 처리와 대안 마련에 나서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