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수요가 늘어나면서 화면을 디스플레이상에 표시하는 필수 반도체인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품귀 조짐이 보이고 있다. DDI를 생산하는 일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가 부랴부랴 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수요를 감당하기 버거워지는 시기가 곧 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체 스마트폰에서 아몰레드(AMOLED)라고 불리는 능동-행렬OLED(Active-Matrix)의 올해 채택률은 지난해 42%에서 4%포인트 확대된 4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2대 중 1대는 OLED 패널을 채택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의 경우 OLED 채택률이 지난해 4분기 기준 80%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마트폰의 OLED 채택률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5G 시장 성장에 따른 것이다. 5G 스마트폰의 경우 기존 4세대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에 비해 배터리 소모량이 극심한데, OLED는 일반 조건에서 기존의 액정표시장치(LCD)보다 높은 전력 효율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OLED 저변이 넓어질수록 DDI 수급은 어려워져 스마트폰 시장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DDI가 부족해 스마트폰을 생산하지 못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구동칩은 디스플레이 화면이 잘 표시되도록 픽셀(화소)를 제어하는 반도체를 뜻한다. 그림의 초록색 부분이 디스플레이 구동칩이다. /LX세미콘 제공

DDI는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픽셀(화소)을 디스플레이상에 표시하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TV, 정보기술(IT) 등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기기 판매가 늘면서 DDI 역시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 DDI 가격은 지난해 전년 대비 20~30% 뛰었는데, 올해 역시 두 자릿수 인상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어 가격 인상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본격적인 수급 부족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회사인 BOE가 최근 애플 공급망에서 탈락할 우려가 있는 것도 DDI를 구하지 못한 데에 1차적인 원인이 있다. DDI 수급 불안으로 설계까지 임의 변경한 탓에 애플은 BOE를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DDI 공급난은 기본적으로 가치가 낮은 반도체라는 점에 영향을 받는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반도체가 필요한 전 분야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발생했는데, 반도체 생산 업체들이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전환하면서 판매 단가가 낮은 DDI나 자동차 반도체 대신 모바일 칩(AP) 등에 집중한 것이다. OLED용 DDI를 만드는 파운드리는 삼성전자, 대만 TSMC, UMC 등으로 이들은 모두 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력하는 대표 파운드리이기도 하다.

게다가 OLED DDI는 다른 칩에 비해 크기가 커 웨이퍼(반도체 원판)에서 생산 가능한 수량이 한정적이다. 주로 4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28㎚ 공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또 각 제조사가 고유 설계자산(IP)과 이에 따른 설정값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칩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없다는 점이 한계다. 업계 관계자는 "AMOLED DDI는 다른 분야 반도체보다 더 많은 양의 웨이퍼가 필요하고, 설계 기준도 서로 달라 수급 문제가 더 심각하게 다가올 수 있다"고 했다.

앞으로 DDI 공급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파운드리는 생산라인 전환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에 단기 대응이 쉽지 않다. 또 공급망 불안정을 겪고 있는 일부 완성품 제조사들이 DDI 확보에 나섰고, DDI가 더 필요한 노트북, 태블릿PC 등으로 OLED 응용처가 넓어지고 있다.

매그나칩이 생산하고 있는 OLED용 DDI 모습. /매그나칩 제공

다만 이런 수급의 어려움 속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받은 실질적인 타격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두 회사는 각각 삼성전자와 LX세미콘을 DDI 공급사로 두고 있는데, 시장 선두권인 삼성전자와 LX세미콘이 해외 고객보다 관계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우선해 물량을 배정하고 있는 덕분이다.

OLED DDI를 설계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시장점유율 50% 이상으로 절대적인 지위를 갖고 있으며, 매그나칩(한국) 24%, LX세미콘(한국) 7%, 레이디움(대만) 6%, 아나패스(한국) 2% 순이다. 한국 업체는 주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중국 팹리스의 경우 수급 안정을 위해 DDI를 자체 개발하려고 하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사모펀드의 매그나칩 인수 무산도 DDI 공급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 DDI 설계와 생산이 어려워 이 분야 부품 공급은 전적으로 한국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