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4월 국내 주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들의 월간활성이용자(MAU) 추이. /그래픽=박수현 기자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전환과 함께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침체기를 맞았다. 방역조치 해제 이후 야외 활동에 이용자들을 뺏긴 기업들은 웹툰·음악·게임부터 스포츠 생중계까지 서비스 영역을 대폭 확대하고 합종연횡에도 속도를 내며 ‘살 길’ 찾기에 나섰다.

26일 애플리케이션(앱)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웨이브·티빙·쿠팡플레이·디즈니플러스·시즌·왓챠 등 국내외 주요 OTT 7개 서비스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683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월에 비해 11.3% 감소한 것이다. 이들 서비스의 MAU는 1월 3024만명에서 2월 2952만명, 3월 2893만명, 4월 2683만명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이용자가 가장 큰 폭으로 준 건 디즈니플러스였다. 1월 201만명에서 4월 153만명으로 23.9% 감소했다. 그 뒤는 시즌(18.2%)과 쿠팡플레이(17.7%), 왓챠(13.2%), 웨이브(12.0%), 티빙(7.7%), 넷플릭스(7.1%)가 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라지면서 이용자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도 줄어든 데다, 이들의 관심을 끌 만한 대작도 현재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잘 안보는 서비스는 구독을 해지하는 이용자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전국 15~59세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51%)은 OTT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데 필요한 조건으로 ‘콘텐츠의 다양성’을 꼽았다. 이들은 평균 2.7개의 OTT 서비스를 구독하며 1만3212원가량의 월 이용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드라마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다급해진 기업들은 락인(이용자 가두기) 전략 수립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공개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자체 제작한 시리즈의 전 회차를 한꺼번에 공개하는 대신 매주 한 회차씩 공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는 디즈니플러스 등이 먼저 도입한 방식으로, 이용자들이 원하는 작품만 보고 구독을 해지하는 걸 막는 효과가 있다.

왓챠는 연내 웹툰·음악 구독 서비스를 출시한다. 작품과 연계된 콘텐츠를 제공해 신규 유입을 늘리고 궁극적으로는 보유 지식재산권(IP)끼리 이어지는 생태계를 조성해 이용자들이 플랫폼 안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같은 맥락에서 넷플릭스는 지난해 말부터 모바일 게임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오리지널 시리즈와 이름, 설정이 같은 ‘기묘한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스포츠 팬들을 공략하는 시도도 잇따른다. 티빙은 최근 UFC(종합격투기), 월드 복싱 슈퍼매치(복싱), 롤랑가로스(테니스)를 생중계한다고 밝혔다. 지난달부터 미국프로야구(MLB) 경기를 생중계 중인 애플TV플러스는 오는 6월부터 12주간 비(非)구독자도 앱만 설치하면 매주 두 경기씩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쿠팡플레이는 이달부터 미국프로축구(MLS)의 라운드별 2~3개 경기와 K리그의 전 경기 생중계를 시작했다.

티빙이 지난 22일 독점 생중계한 UFC '파이트 나이트' 경기. /티빙

국내외 기업끼리 손을 맞잡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웨이브는 미국 HBO맥스와 콘텐츠 공급 확대 계약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으로 유명한 HBO맥스는 국내 단독 서비스 출시를 검토했으나 녹록지 않은 업황에 웨이브 내 HBO맥스관을 만드는 식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하던 채용도 모두 취소했다.

티빙은 다음 달부터 미국 파라마운트플러스의 브랜드관을 운영한다. 티빙과 파라마운트플러스의 모회사인 CJ ENM과 파라마운트글로벌은 지난해 맺은 전방위적 업무협약(MOU)에 따라 CJ ENM의 IP를 활용한 영화와 드라마도 제작할 계획이다. 파라마운트글로벌은 파라마운트플러스와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플루토TV를 통해 CJ ENM의 콘텐츠를 해외 시장에 소개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티빙과 시즌이 서비스를 통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CJ ENM이 KT가 지분 100%를 보유한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다. KT는 시즌의 모회사다. CJ ENM과 KT는 향후 드라마를 공동 기획·제작해 티빙과 방송 채널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OTT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기간 이례적인 성장세를 보였고, 이제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라면서도 “지난 2년간 사람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고 ‘진검 승부’는 이제부터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