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반도체를 얹는 기판 가격이 오르면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의 원재료 매입비가 사상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가 상승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원재료 값이 오르면 TV나 노트북, 모바일 기기 등의 연쇄 가격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기판 위에 반도체 등이 얹혀 있는 연성인쇄회로기판조립품(FPCA) 매입에 7106억원을 사용했다. FPCA는 디스플레이 구동 정보를 패널로 보내는 역할을 맡고 있는 핵심 원재료 중 하나다.
LG디스플레이는 1분기 인쇄회로기판(PCB) 매입에 6809억원을 썼다. 또 디스플레이구동칩(DDI)는 4476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PCB 매입비는 6420억원, DDI 매입비는 3206억원이었다.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 1, 2위인 두 회사가 1분기 반도체와 반도체 기판 구입으로만 1조8391억원을 사용한 것이다. 이는 두 회사의 역대 1분기 최고 기록이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반도체와 기판 등 주요 원재료의 공급난이 계속돼 왔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하게 나타난 탓이다. DDI는 주로 8인치(200㎜) 반도체 원판(웨이퍼)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이 8인치 웨이퍼는 이미지센서(CIS), 전력반도체(PMIC), 자동차용 반도체(MC) 등이 함께 만들어져 DDI의 생산여력이 줄었다. 또 산업 전반에서 반도체 수요가 증대하자, 이를 얹는 기판 공급 역시 달리기 시작했다. 결국 반도체와 반도체 기판 모두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FPCA 가격이 전년 대비 약 19%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FPCA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전체 원재료 매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지난해 1분기 12%에서 올해 1분기 23.2%로 두배 가까이 뛰었다.
LG디스플레이는 PCB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주요 원재료인 구리를 꼽고 있다. 구리는 올해 1분기 평균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17.8% 상승했다. 회사 측은 "남미 생산 회복 지체에 따른 공급 부족 기조로 (앞으로 더) 상승할 전망이다"라며 "글로벌과 중국의 경기 전망에 따라 지속 변동이 예상된다"고 했다.
문제는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원재료 가격의 상승으로, 최종 제품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삼성전자에서 소비자가전을 담당하는 DX부문의 TV, 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원재료 매입비는 지난해(당시 CE부문) 1조8624억원에서 올해 2조4888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또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가격은 11% 상승했다.
LG전자 또한 모니터의 평균가격이 지난해 1분기 대비 4% 올랐고, 상업용 디스플레이(사이니지) 가격은 9%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상승은 결국 소비자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판매량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라며 "반대로 원재료 값을 제조사가 흡수하면서 판매 가격을 높이지 않을 경우 수익성 악화가 예상돼, 어떤 선택을 하기가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다"라고 했다.